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는 말이다. 가짜뉴스 홍수 속 정보의 불균형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 18년의 ‘전투개미’가 직접 상장사를 찾아간다. 회사의 사업 현황을 살피고 임직원을 만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전투개미는 평소 그가 ‘주식은 전쟁터’라는 사고에 입각해 매번 승리하기 위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상황을 빗대 사용하는 단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손실의 아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에 오늘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기사를 쓴다. <편집자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에서 수천억원대 플랜트 사업 요청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기술 혁신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하겠습니다.”
이창모 SGC E&C(옛 이테크건설) 대표(1963년생)는 지난 2일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20일 취임했는데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985년 12월 대우건설에 입사해 동아건설 등서 약 40년 근무한 건설 베테랑이다. SGC E&C의 본사는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대로 246 송암빌딩에 있다.
연말까지 2조4000억 수주 정조준…“올해 흑자 자신”이 회사는 플랜트 사업 강자다. 지난해 매출의 75%(1조3912억원)가 플랜트에서 발생했고, 25%(4726억원)는 토건 등 기타 사업이 차지했다. OCI(옛 동양제철화학) 기술부가 모태로 1982년 설립됐다. 플랜트, 발전, 건축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사우디아라비아·베트남 등서 1조3000억원의 해외 수주를 달성했다. 연말까지 2조4000억원(국내 포함)의 신규 수주를 위해 뛰고 있다.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실적에서 5위(해외건설협회 발표 기준)에 올랐다. 1위 삼성E&A, 현대E&G, GS건설, 현대중공업, SGC E&C 순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서도 관련 실적이 있다. 플랜트 대표 프로젝트로는 효성베트남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 건설공사(9000억원), OCI 폴리프로필렌 생산공장 건설공사(5700억원), 셀트리온제약 오창공장 건설공사(1200억원) 등이 있다. 2017년엔 주거 브랜드 ‘더 리브’를 론칭해 주택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SGC 그룹명은 2020년 11월 OCI 그룹 내 계열사인 군장에너지, 이테크건설, 삼광글라스 세 회사가 하나의 이름으로 새 출발한 것이다. 하나된 SGC는 전 그룹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Sustain, Grow, Change)를 꾀하며 에너지(SGC에너지), 건설(SGC E&C), 유리(SGC솔루션) 등 주요 산업 내 최고를 꿈꾸며 생활 속 친환경 그룹으로 발돋움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 대표는 하반기 사업 전망에 대해 “중동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던 중국업체들이 납기 등의 문제로 신뢰를 잃고 있다”며 “우린 고품질과 정확한 공기(공사기간), 협상력 등이 강점으로 사우디에서 플랜트 사업 요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 화학회사들 실적이 순항 중인데 사업 확장을 하면서 견적을 빨리 내달라고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1월 SEPC(사업주명)에서 6900억원의 에틸렌·프로필렌 생산 설비 증설 공사를 따냈고, 지난 2월엔 APOC에서 2500억원의 IPA(아이소프로필 알코올) 생산 설비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수주 낭보에 대해 이 대표는 “최고의 영업 비결은 완벽한 수행이다”며 “뛰어난 기술력은 기본이고, 고객사와 매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맞춤 대응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린 양질의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동 프로젝트를 따내는 기업 중 몇 안 되는 흑자 회사일 것이다”고 자신했다.
또 “국내 건설 경기는 올해가 최악의 바닥이라 생각한다”며 “내년부터 상황이 호전되면 리스크 관리 위주 영업에서 사업 확장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우 국내와 해외 사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실적 훈풍을 불러올 수 있다.
대한민국 EPC 대표주자 꿈…“해외 공격 영업”
이 대표는 “플랜트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힘쓰고 있다”며 “EPC 전문성, 우수한 공정 효율화 기술력, 최적화된 현지 협력사 및 인력풀 보유 등으로 해외 영토 확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실적 포트폴리오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말레이시아 등 주요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꿈은 ‘대한민국 EPC 대표주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국내 플랜트 발주는 제조기업들이 다 중국과 동남아로 넘어가서 쉽지 않다”며 “시장 규모가 큰 해외에서 답을 찾겠다”고 했다. 특히 “해외는 성장을 위해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시장이다”며 “선별수주와 원가보전 노력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실적을 살펴봤다. 2019년 매출 1조2807억원, 영업이익 12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8367억원, 영업손실 216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가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다. 2분기엔 매출 30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억원으로 희망의 신호탄을 쐈다. 원자재 및 인건비 지속적인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매출 1조458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전망하고 있다. 내년엔 영업이익 260억원을 예상했다.
총 주식 수는 324만3585주로 최대주주는 SGC에너지(지분 32.9%) 외 특수관계자 2인이 지분 44.52%를 갖고 있다. 김일헌 외 3인이 지분 6.31%, 자사주 0.27%, 외국인 지분 1.65%로 유통 물량은 50%가 조금 안 된다.
현금성 자산+투자부동산, 시가총액의 6배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093억원, 투자부동산이 1864억원이다. 시가총액(478억원)의 6배가 넘는다. 지난해엔 적자임에도 1주당 750원의 현금 배당(수익률 3.89%)을 실시했다.
그럼에도 주가는 힘이 없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만4740원으로 지난해 초(2023년 1월 2일 2만8400원)와 비교해 48.10% 폭락했다. 올 초(1만9280원)와 대비해서는 23.55% 떨어졌다. 올해 흑자전환을 전망한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로 1만90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28.90%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3696주에 그쳐 하루 1억원도 거래가 안 되는 게 흠이다.
이 대표는 “최고의 주가 부양책은 실적이다”며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실적 향상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동, 동남아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가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쌓는다는 방침이다. 신성장동력으로 2차전지 소재, 수소, 배터리 재활용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CCUS(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및 베트남 친환경 발전소 전환 사업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사업도 적극 펼친다는 계획이다.
투자 긍정 요인으론 직원 3분의 1이 설계 엔지니어일 정도로 고급 인적 자원을 확보한 것이다. 자체 설계 능력이 시공으로 이어져 기술 관리력이 뛰어나다. 다만 낮은 영업이익률과 높은 부채비율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건설사는 질 좋은 수주를 해야 한다”며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철저히 분석하고 사업 수행 과정서 오시공이 없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꿈은 ‘10년 내 톱10 건설사’다. 그는 “직원들이 ‘나 SGC E&C 다닌다’고 하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회사로 키우고 싶다”며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플랜트 강자에서 대중적인 건설사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이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회사에 방점을 둔 것이다. 다섯 글자로 회사를 소개해달란 부탁에 ‘소존책열신’으로 답했다. 소통에 존중을 더하고 책임에 열정을 곱하여 신뢰 가치를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내년 12월이면 이 대표의 인생 그래프는 ‘40년 건설 한우물’을 찍게 된다. 직장인 40년 생활을 눈앞에 둔 그에게 청춘들을 위한 인생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회사에서 본질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게 형식이다”며 “좋은 내용을 예쁜 그릇에 담아야 그 가치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전 독서를 많이 읽고, 깊이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면 남들과 다른 눈을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4일 이재모그로쓰리서치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SGC E&C는 국내 시공순위 34위 EPC 전문 건설업체다”며 “올해 예상 매출 1조3000억원, 영업이익이 150억원인데 반해 시가총액이 500억원을 밑돌아 매우 저평가됐다”며 “사우디 등 해외플랜트가 날개를 달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주잔고도 6월 기준 2조3000억원 수준인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건설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1400만 개미'와 함께 달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주식 계좌가 빨간불이 되는 그날까지 재미있는 종목 기사 많이 쓰겠습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에서 윤현주 기자 구독과 응원을 눌러 주시면 기사를 매번 빠르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윤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