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은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졌다. 0.99명.
이 통계에 ‘착시’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많은 미혼 여성이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도쿄로 유입해 출산율을 끌어내렸기 때문이라는 것. 오히려 도쿄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전국 평균보다 많다는 분석이다. 도쿄보다 지방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의 지난해 출산율은 0.99명으로 전국 47개 도도부현 중 유일하게 1명을 밑돌았다. 전국 평균은 1.20명으로 사상 최저다. 도쿄의 출산율이 낮은 데 대해 보통 주거비, 교육비 등이 높아 양육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통계를 뜯어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적이다.
출산율은 미혼을 포함한 15~49세 여성을 분모, 출생아 수를 분자로 계산한다. 지난해 15~24세 여성 7만2000명이 도쿄로 전입했다. 전출을 제외하면 약 4만명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에 전입하는 젊은 미혼 여성이 늘어 분모가 커지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없었다면 도쿄의 출산율은 1명을 웃돌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업이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이 도쿄로 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 연령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50세 시점 여성 미혼율은 도쿄가 23.8%로, 전국 평균 17.8%를 웃돌고 있다.
지난 10년간 출생아 수 감소율을 보면 도쿄는 20%가량이다. 전국 도도부현 중 가장 완만한 감소세다. 2020년 결혼한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는 도쿄가 76.4명으로, 전국 평균(74.6명)보다 많다.
한 30대 여성은 “맞벌이 부부에게 도쿄는 육아하기 좋은 도시”라며 “지난해 태어난 장남을 위해 도의 육아 지원금 10만엔으로 유아용 침대 등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재정이 상대적으로 튼튼한 도쿄의 육아 지원책이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통계 착시는 지방에선 반대로 나타난다. 나가사키현 고토시와 교토부 미야즈시는 2022년까지 5년간 출산율이 이전 5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출생아 수는 줄었다. 젊은 여성들이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출산율의 분모를 구성하는 여성 수가 줄어들어 겉으로 보기에 출산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20년 조사에서 ‘도쿄로 옮긴 이유’에 대해 “좋은 직장이 없다”거나 “원하는 진학처가 없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오키나와현(1.60명)도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약 1000명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출산율이 높은 지방이라고 해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육아 전에 지방을 떠나는 것은 인구 감소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 지역 상황에 맞춰 다양한 관점에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