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면 수초 내로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는 '안락사 캡슐'이 스위스에서 곧 사용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안락사 비영리 단체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는 수개월 내에 스위스에서 안락사 캡슐 '사르코'(Sarco)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처음 공개된 사르코는 내부의 산소를 질소로 대체해 저산소증으로 인한 사망을 유발하는 기기다. 단체는 "스위스에서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다.
죽음을 원하는 이들은 먼저 의사에게 정신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주요한 법적 요건이다. 이후 보라색 캡슐에 들어가 뚜껑을 닫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버튼을 누르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이후 "사망에 이르고 싶다면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음성이 재생된다. 버튼을 누르면 30초 이내에 공기 중 산소량이 21%에서 0.05%로 급감한다.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바꿀 수는 없다. 버튼을 누르면 되돌릴 방법이 없어서다.
사르코 발명가 필립 니슈케 박사는 "극히 낮은 수준의 산소를 두 번 호흡하면 의식을 잃기 전에 방향 감각을 잃고 조정력이 떨어지며 약간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식이 없는 상태가 5분 정도 유지되다가 사망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스위스는 연명 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존엄사는 물론, 불치병 환자에게 약물을 투입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의사 조력 자살(안락사)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 캡슐의 사용은 스위스에서도 조력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주는 사르코 사용을 금지했고, 다른 주에서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더 라스트 리조트 측은 사르코를 사용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단체의 대표 플로리안 윌렛은 "실제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르코 사용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곧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르코의 최소 연령 제한은 50세이며 키가 1.73m 이하인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사용자가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세부 사항은 안락사 시행이 이뤄질 때까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다. 단체의 자문위원 피오나 스튜어트 변호사는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는 한 사람의 염원이 미디어의 서커스로 변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