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8만원 가방, 392만원에…'리사 예비 시누이' 회사 압색

입력 2024-07-19 08:23
수정 2024-07-19 08:45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과 아르마니(Armani)를 둘러싸고 불거진 노동자 착취 의혹에 대해 이탈리아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7일(현지시각) 안사(ANSA)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 회사의 계약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법정 근로시간을 넘기거나, 건강·안전상 부적절한 환경에서 근무해야 했다"며 "이는 두 회사가 자랑한 장인 정신과 우수한 제작 기술과는 대조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금융 경찰과 함께 이탈리아에 있는 두 회사의 사업장을 압수수색 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두 기업의 노동법 위반 여부뿐만 아니라, 마케팅 및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를 폭넓게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은 디올 가방을 만드는 하청업체 4곳에서 중국이나 필리핀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을 주로 고용해 24시간 휴일도 없이 운영하고, 노동력 착취로 생산 비용을 아낀 업체는 가방 한 개에 53유로(약 7만8500원)를 받고 디올에 넘겼다고 지적했다. 이 가방은 디올 매장에서 2600유로(약 385만원)에 팔렸다.

법원은 디올 사업부가 공급 업체의 실제 작업 조건이나 기술 능력을 확인하지도, 정기 감사를 실시하지도 않았다며 책임을 물었다. 하청업체의 노동착취를 방치·조장했다는 혐의다.

아르마니도 지난 4월 디올과 비슷한 법원 처분을 받았다. 아르마니 하청업체는 10시간 일한 노동자에게 2∼3유로(약 3000∼4000원)를 주고 가방을 만들어 이를 아르마니 공급업체에 93유로(약 14만원)에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업체는 받은 가방을 아르마니에 250유로(약 37만원)에 다시 팔았고, 이 가방은 매장에서 1800유로(약 267만원)에 판매됐다.

디올은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 중 하나다. 블랙핑크 리사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 중 넷째인 프레데릭 아르노가 대표로 있는 LVMH 지주회사 피낭시에르 아가슈는 크리스찬 디올의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디올은 LVMH 지분의 42%를 갖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을 이끄는 델핀 아르노최고경영자(CEO) 아르노 회장의 장녀다. 리사는 아르노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편 AGCM 조사와 관련해 디올 측은 "당국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며 "불법 관행이 드러난 공급업체와는 협력을 중단했고 다른 업체들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마니 측도 "우리는 당국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협의가 타당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