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다시 대화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노조 측은 "회사가 고과제도를 무기로 개별 근로자를 옭아매고 안전을 외면한다"는 주장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18일 유튜브 계정을 통해 '파업에 동참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6분34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출연자 없이 글만 적힌 자막이 화면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전삼노는 영상에서 "첨단산업 반도체지만 몸을 갈아 넣은 극한 노동으로 골병 생리 연차 휴가 못쓰고 식사시간 보장도 없는 현장문화"라며 "가스누출 화재 경보에도 작업 계속, 안전보다 생산이라는 삼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8일 파업으로 기흥사업장 6, 7, 8라인 가동률 18% 기록"이라며 "쟁의권 확보한 정당한 파업임에도 회사는 불이익처분 협박"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고과제도를 무기로 개별 노동자 옭아매고 파업 무력화, 노동자 건강과 안전 외면한 기업이 세계 일류일 수 없다"며 "누적된 실망과 분노가 파업 지속의 동력임을 회사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자막이 모두 지나가자 지난 15일 기흥사업장에서 파업 동참을 홍보하기 위해 발언에 나선 한 현장 근로자의 음성이 나왔다. 이 직원은 어느 순간 화장실을 가는 것이 힘들어졌는데 알고 보니 방광염 때문이었다고 털어놨다.
전삼노는 영상을 통해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선전전에 열을 올리는 한편 회사와의 임금교섭 재개를 위해 지난 16일 대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전삼노 선전영상이 올라온 당일 공문을 통해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노사 양측은 19일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전삼노는 △전 조합원 기본급 3.5% 인상 △전 조합원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초과이익성과급(OPI)·목표달성장려금(TAI) 제도 개선 △파업 참여 조합원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삼노는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반도체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생산 차질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삼노는 오는 22일 기흥사업장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총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삼노 총파업 집회 규모는 지난 8일 수천명 수준에 달했지만 11일엔 350여명, 12일엔 200여명으로 줄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