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코리아 컨소시엄에 참가한 기업은 대부분 상장사인데 헐값(덤핑) 입찰을 하겠습니까.”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체코 원전 수주로 원전 건설뿐 아니라 유지·보수, 핵연료 공급 등 우리나라 원전 생태계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덤핑 수주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민간 상장사가 얼마나 많은데 덤핑에 동의하겠느냐”고 했다. 한수원 컨소시엄에는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상장사 네 곳 이상이 참여한다.
황 사장은 원전 수주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 경쟁사들의 흑색선전이었다고 털어놨다.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한수원과 마지막까지 경쟁한 업체들은 ‘비(非)유럽계 기업이 유럽에서 원전을 지을 수 있겠느냐’ ‘그렇게 지은 원전이 안전하겠느냐’며 끈질기게 한수원 컨소시엄을 깎아내렸다.
황 사장은 “한국은 사막에도 원전(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지어본 나라”라며 “유럽의 원전 안전 기준인 유럽 사업자 인증까지 받았다”고 받아쳤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IP) 분쟁에 대해서는 “체코 정부가 자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을 하면서 그런 부분조차 고민하지 않았겠느냐”며 “잘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황 사장은 체코 원전이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된 한국 원전 생태계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와 주변 기기 제작을 시작하면 경남 창원에 있는 관련 기업 수백 곳이 부품 공급을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원전 수주로 국내 중소기업이 누리는) 낙수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가동한 유럽의 안방에서 원전 강국 프랑스를 따돌린 비결로 황 사장은 치밀한 준비와 현지 주민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진정성을 꼽았다.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원전 신설을 검토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체코실을 가동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사업이 극도로 위축된 시기였지만 한수원은 뚝심 있게 체코실을 유지했다. 지금도 유럽 원전 건설이 잇따를 것에 대비해 체코·폴란드실을 40~50명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황 사장이 2022년 8월 부임 후 원전 수주를 위해 이동한 거리는 총 17만7000㎞에 달한다. 지구 네 바퀴 반을 돈 거리에 육박한다. 한수원은 8년 전부터 원전이 들어설 두코바니 지역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이 지역 프로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해왔다.
정영효/이슬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