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에…비상 걸린 인터넷은행

입력 2024-07-18 17:26
수정 2024-07-19 01:29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이 거세지자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 ‘비상’이 걸렸다. 인터넷은행은 법상 기업대출이 제한돼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면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이 막히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시중은행과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인터넷은행은 올해 경영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자금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이라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은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여신(대출자산)을 빠르게 늘려 이자수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국채 같은 금융상품 투자를 늘려 수익을 내겠다는 의미다.

인터넷은행 1위(총자산 기준) 카카오뱅크가 이처럼 성장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로 마음껏 여신을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전체 여신의 연간 증가율 가이던스를 20% 내외에서 10%대 초반으로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방침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이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에 허용한 구체적인 여신 증가율 상한선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마찬가지로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상 대출을 합쳐 연간 10% 안팎의 여신 성장만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 중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는 케이뱅크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시장에서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가계대출 확대가 제한된 탓에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최근 하락세가 이어지는 카카오뱅크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 1월 15일 3만1500원에서 이날 2만1450원으로 반년 사이 31.9% 떨어졌다. 다른 은행주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바람을 타고 올해 크게 오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케이뱅크는 자사 앱을 주식과 금, 비상장주식 등에도 투자할 수 있는 ‘투자 허브’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터넷은행이 이처럼 가계대출 억제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시중은행과 달리 기업대출을 마음껏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만 기업대출을 내줄 수 있다. 대기업대출은 불가능하다. 대기업 지분율이 높은 인터넷은행이 대기업의 무분별한 대출 창구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제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이 커 연체율이 높다”며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주담대 중심의 가계대출 확대 전략이 필수적인데, 이게 막혔다”고 답답해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