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핵심은 이용자 보호와 더불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로, 이용자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다만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 포괄적인 금지 규정만 두고 있다는 점이 가상자산 사업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 변호사(사진)는 19일 블루밍비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대해 위와 같이 평가했다.
법무법인 세움은 지난 2017년부터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가상자산 투자사와 국내외 거래소, NFT 사업자 등의 자문을 맡아 왔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발맞춰 정 변호사와 함께 이용자보호법의 주요 내용과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봤다. 이용자보호법, '이상거래감시'·'예치금보호'가 핵심
먼저 정 변호사는 이번 법 시행을 통해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거래소의 이상거래 감시 체계'라고 봤다. 그는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 중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춘 곳이 없었다"라며 "법적으로 거래소가 이상거래를 감시하도록 정하다 보니, 시세 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내 시세 조종이 의심되는 거래는 즉시 금융당국으로 보고된다. 정 변호사는 "이용자들도 주변 사람들과 특정 코인 가격을 올리는 시세 조종에 가담하거나, 코인 발행사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게 되면 불공정거래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 다른 주요 변경 사항으로는 '이용자 예치금 보호'가 꼽힌다.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신탁해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를 두고 사실상 예치금이 아닌 이용자의 가상자산 자체는 보호받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거래소에 입금해 6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4000만 원을 예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거래소가 파산하면 4000만 원의 예치금은 은행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지만, 6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은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
그러나 정 변호사는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예치금과 가상자산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은행에 예치금을 신탁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소 파산 시 예치금만 은행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다"라면서도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외부 하드월렛에 보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결국 가상자산 보관에 대한 안정성도 확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이용자의 자산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가 빈번해 자산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을 외부 하드월렛에 보관토록 해 이를 방지한 것이다. 거래소 '마켓메이킹' 허용해야…결국 기본법 마련 필요
한편 정 변호사는 이용자보호법이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선 거래소의 마켓메이킹(시장조성행위)이 허용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이용자보호법상 거래소의 마켓메이킹이 금지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라며 "마켓메이킹의 경우 따로 가이드라인을 줘서 허용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제재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현재 법은 한국 프로젝트 위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해외 프로젝트들이 국내에서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제재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사업자들만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으로 가상자산 기본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 변호사는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금융당국의 모니터링이 강화되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불법행위를 막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면서도 "기본법이 없는 상태에서 이용자보호법만 시행하다 보니 포괄적인 금지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에서 제대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이 업계를 떠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shlee@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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