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폭풍 성장’을 했다. 2022년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8%를 기록했다. 대형마트(-7.6%), 슈퍼마켓(-2.5%)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사 매출은 줄었지만, 편의점은 나 홀로 호황이었다. 작년에는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매출 증가율이 8%대를 나타냈다.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확산, 중국 초저가 e커머스의 공세, 고물가로 인한 소비 감소 등 온갖 ‘악재’를 다 이겨냈다. 오프라인 유통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란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올 들어 편의점산업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기 시작했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자 소액 상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도 사람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1등을 다투는 CU와 GS25의 지난 2분기 매출 증가율은 1%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문을 연 매장을 제외하고 작년과 실적을 비교할 수 있는 기존점 매출을 합산하면 작년 2분기보다 매출이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최근 1년 새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우유 등 편의점 주력 상품의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편의점 ‘어닝쇼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이 추산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각각 약 780억원과 650억원이다. 작년 2분기와 비슷하다. 당초 10%가량 증가할 것이란 기대는 사라졌다. 두 편의점이 매장을 지난 1년간 700~800개씩 열었는데도 이익이 늘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는 ‘역성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주가는 이미 어닝쇼크 우려를 반영했다. BGF리테일 주가는 지난 5일 10만원 선이 깨졌다. 2017년 BGF에서 인적분할된 이후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소폭 회복했지만 역대 최저가 수준에 머물고 있다. GS리테일 주가 역시 2만원대 초반에 그치며 10여 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편의점의 성장성 둔화는 경기침체 여파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이던 2009년 3.1% 하락한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자 편의점마저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날씨의 영향도 없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22.7도로 기상 관측 이후 2020년과 함께 가장 더운 6월로 나타났다. 서울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에 달했다. 편의점은 날씨에 민감한 업종이다. 폭염과 폭우가 이어진 영향으로 방문객이 줄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위기 탈출을 위한 편의점의 전략은 ‘트렌드 세터’다. 화제가 된 상품을 빠르게 내놔 20·30대 소비자를 매장에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다. CU는 지난 6일 SNS에서 큰 화제가 된 두바이초콜릿을 출시했다. 하루 만에 초도 물량 20만 개를 다 팔았다. 물건을 확보하기 힘든 두바이초콜릿을 해외에서 공수하는 대신 국내 초콜릿 제조회사를 통해 두바이초콜릿과 비슷하게 만들어 빠르게 대응한 게 주효했다. 세븐일레븐은 디핀다트와 손잡고 구슬 아이스크림 특화 매장을 관광지에 숍인숍 형태로 열었다.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들이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도록 한 마케팅 전략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