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전기차 캐즘(대중화전 일시적 수요침체)과 미래 에너지 수요 증가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는 18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화두는 이제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느냐'를 넘어 '탄소제로가 가능하냐'와 '안정적 공급을 위한 토탈솔루션 체제를 갖췄느냐' 등으로 바뀌었다"며 "이런 물음에 답하려면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벌이는 SK이노베이션과 LNG·전기 관련 역량을 지닌 SK E&S를 합쳐 시너지를 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합병 이후에도 각자 '살림살이'를 하는 사내 독립기업(CIC)으로 운영하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고객사에 배터리, LNG, 정유, 석유화학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구체적인 합병 시너지로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기술과 SK E&S의 액침냉각 기술을 꼽았다. 그는 "두 기술을 합치면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며 "이 사업 하나로 2030년 연 2조2000억원이 넘는 EBITA(상각 전 영업이익)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협업 분야를 석유화학, LNG, 전력, 배터리 등으로 넓히면 2030년 총 EBITA는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EBITA는 약 5조8000억원이었다. 그는 "어떤 사업을 결합해 어떻게 시너지를 낼 지는 '시너지 TF'를 가동해 그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 합병에 대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소재사업을 선점해 시너지를 내는 것처럼 SK온도 트레이딩 등 관련 사업을 붙여주면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며 "캐즘 극복을 위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일각에서 나온 SK이노베이션의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조직 안정이 중요한 만큼 추가적인 변화는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추형욱 SK E&S 대표는 미국 사모펀드 운영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보유한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해선 "당장 상환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일각에선 3조1350억원 규모의 RCPS를 들고 있는 KKR이 합병 비율 등에 반발해 전액 상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비율(SK이노베이션 1대 SK E&S 1.1917417)이 SK이노베이션 주주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추 대표는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지금 상태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3.17% 하락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