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에 달러당 155엔대…美 증시서 엔캐리 청산 우려

입력 2024-07-18 14:35
수정 2024-07-1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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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국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자 달러화 가치가 약 4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엔달러 환율도 155엔대까지 떨어지며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공개된 블롬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달러 대비 엔화 및 위안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약하다고 비판한 내용이 알려진 이후, 17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엔화는 급등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달러화와 엔화, 위안화의 격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미국 제조업체들은 "(달러가) 너무 비싸서 아무도 제품을 사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발언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7일 미국 동부시간 오전 4시반께 104에서 103 후반대로 내려앉았다. 18일 장 초반 달러인덱스는 103.75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인데다 200일 이동평균선이 가리키는 수치인 104.4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엔화 가치는 급등하며 투자자들이 20조달러에 이르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든다는 판단에서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155.38까지 급락(엔화가치 상승)했으며, 18일에도 전장대비 0.11% 오른 156.33엔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Fed에서 비교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인플레이션과 고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는 올해 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당분간 수출 촉진을 위해 달러화 약세를 주장할 전망이다. 2017년 대통령 임기를 수행하던 때에도 미국 달러화가 기축 통화 지위는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수출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가 오는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장에서는 그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17일 트럼프가 대만에 추가 방위비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발언한 데에 따라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 주가는 2% 가량 떨어졌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