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영 눈망울 갖고파"…일본女 '한국앓이' 이 정도일 줄은 [현장+]

입력 2024-07-19 07:00
수정 2024-07-21 04:31

지난 11일 일본 도야마 외곽의 한 편의점.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아 택시도 잘 다니지 않는 이곳에서 한국 뷰티 브랜드 화장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3분 거리에 있는 24시간 대형마트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국내 업체 기초케어, 색조화장품 등이 매대 전체를 채울 만큼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늘어나며 'K뷰티' 제품이 일본 시골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화장품을 사기 위해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정도로 '뷰티 강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색조 화장품부터 눈동자의 색깔을 다양하게 바꿔주는 뷰티 제품인 컬러렌즈까지 한국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로잡은 K뷰티 브랜드...'오프라인 전략' 강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인기에 힘입은 한국 화장품 업체가 적극적으로 일본 소비자 접점 확대를 늘려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색조 브랜드 '글린트'와 '프레시안'이 지난 13∼14일 도쿄에서 연 팝업스토어에 이틀간 2만여명이 찾았다고 전날 밝혔다. 글린트와 프레시안은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큐텐이 주최하는 오프라인 행사인 '메가 코스메랜드 2024'에 참여해 신제품을 홍보했다.


이날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일본 아이돌, 틱톡커 등 인플루언서 100여명이 글린트와 프레시안 부스를 찾아 제품을 시연했다. 일반 고객을 위해 준비한 샘플 제품 1만여개는 모두 소진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들 브랜드는 내달 중 도쿄 프리미엄 백화점 미츠코시 긴자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온오프라인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늘려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셀프 젤 네일 브랜드 오호라는 도쿄 시부야 최대 규모 쇼핑몰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지난 6월28일부터 한 주간 단독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이곳 체험용 부스는 도쿄 아오야마에 거점을 두고 있는 유명 네일샵 4곳과 협업해 손 케어 컨설팅부터 네일 케어, 오호라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오호라 관계자는 "팝업 오픈 전부터 일본인들 사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추첨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진행한 결과 예약 희망 인원이 빠르게 몰리면서 30분 만에 마감됐다"고 인기를 전했다.

오호라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시부야 팝업을 통해 주말 기준 1000명에 달하는 신규 고객을 끌어모았다. 앞서 오호라는 2022년 일본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라쿠텐의 주관으로 현지 브랜드를 포함한 전체 브랜드 중 매출 최상위 브랜드를 선정해 시상하는 연간 베스트 어워드 '숍 오브 더 이어'에서 일본 시장 진출 1년 만에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라쿠텐에서 매년 최고의 제품을 선정하는 '베스트 코스메 어워드' 네일 부문에서 같은 해부터 현재까지 일본 네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다수의 컬러렌즈 대표 브랜드를 보유한 현지에서 'K컬러렌즈'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일본 최대 오픈마켓 플랫폼 '큐텐재팬'의 대규모 프로모션 행사 오픈 첫날이었던 지난 3월 1일, 피피비스튜디오스 자사 브랜드인 하파크리스틴과 츄렌즈는 각각 종합랭킹 1위, 17위를 기록했다. 한 달 뒤였던 지난 4월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자사 브랜드인 츄렌즈를 앞세워 도교 하라주쿠에 브랜드 매장을 오픈했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렌즈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피피비스튜디오스 일본 지사 관계자는 "한국은 콘택트렌즈 제조 강국으로 특히 컬러렌즈 제조는 의료기기로서 안정성을 고도화하고 있다. 섬세하게 디자인과 조색을 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라주쿠 매장 오픈 이후 한국 및 일본 현지에서의 협력 요청이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앞으로도 여러 협력을 통해 일본 소비자에게 다가갈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애경산업의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루나의 일본 시장 내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매출 비중은 각각 61%, 39%였으나 올해는 오프라인 비중을 77%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상반기 매출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됐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강세인 일본 시장 특성에 맞춰 온라인 채널에 선입점한 후 형성된 인지도와 판매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하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화장품 수출량이 늘어난 만큼 업계에선 오프라인 마케팅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으로의 화장품 수출액은 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5%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내 브랜드들이 온라인 또는 양판점, 멀티브랜드숍을 통해서만 현지 판매를 진행해 브랜드의 실체를 경험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를 여는 식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오프라인 진출 전략에 공을 들이는 한국 화장품 업체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도야마·도쿄(일본)=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