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영국이 반려동물 사료에 배양육을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유럽에서 처음으로 배양육 상업 시장을 열었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동물 세포에서 배양한 닭고기를 반려동물 사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배양육 제조업체 미틀리는 동식물위생청(APHA)과 환경식품농무부로부터 규제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자사의 배양 닭고기를 사료 제조업체에 판매할 예정이다.
미틀리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오웬 엔서는 “브렉시트 덕분에 유럽연합(EU)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정부가 바이오 테크 및 혁신을 장려하면서 영국에서 승인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콩고기 등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만들어진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미국은 이미 배양육 시판을 승인해 사람이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식용 배양육 시판을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사료용으로 일부 허용해 빗장을 풀어준 셈이다. 다른 유럽 국가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축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오히려 배양육을 금지하는 추세다.
엔서 CEO는 배양육 사료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 학대에 반대하는 동물 애호가들은 역설적으로 자기 반려동물에게 어떤 것을 먹이는지에 대해서는 더 관대하다”고 FT에 전했다. 윈체스터 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반려동물에게 배양육을 먹이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배양육을 섭취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2%에 불과했다.
가축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해 세계적으로 대체육 스타트업이 크게 늘었다가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자금 부족으로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이다. 글로벌 배양육 싱크탱크 굿푸드인스티튜트(GFI)에 따르면 배양육 기업에 대한 투자는 2022년 9억 223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 2590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은 지난달 새로운 생산 시설에 투자한 후 인원의 30%를 해고했고 미국 업사이드푸드도 올해 두 번째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