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아파트 집주인만 모인 단체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집값 담합을 주도한 소위 '방장'이 경찰에 적발돼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에서 단톡방을 통한 집값 담합이 적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은 단톡방에서 집값 담합을 주도한 혐의(공인중개상법 위반)로 A씨를 형사 입건해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아파트 소유자만 단톡방에 들어오게 한 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에 올라온 매물을 모니터링하며 매매 가격을 높이도록 유도했다.
A씨는 인근 공인중개사들에게 특정 가격 이하로는 매물을 광고하지 말라고 강요하거나, "허위 매물"이라고 신고하는 방법으로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만든 단톡방에서는 다른 공인중개사보다 낮은 매매가로 광고한 공인중개사를 겨냥해 "가격이 너무 낮다", "그런 부동산은 응징해야 한다"는 성토하며 실명과 사진을 올리는 소위 '좌표 찍기'가 자행되기도 했다.
매도인 사정에 따라 급매로 내놓은 매물도 예외는 없었다. 이들은 매도인과 그의 매물을 광고한 공인중개사에게 가격이 낮다면서 전화나 문자로 항의했고,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신고센터에 허위 매물로 신고해 중개사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공인중개사의 정당한 표시·광고를 방해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권순기 민생사법경찰국장은 "이번 사건은 아파트 단지 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개업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방해한 사례로 건전한 부동산거래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최근 호가가 많이 오른 아파트 중심의 단톡방, 밴드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한 이와 유사한 행위와 높은 가격으로 거래 신고 후 다시 취소하는 거짓 거래 신고 행위 등 부동산 가격 왜곡 행위에 대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시는 관련 범죄를 발견하거나 피해를 본 경우 신고해 달라고 했다. 범죄를 증거와 함께 신고·제보하는 경우 서울시 공익제보 보호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신고·제보는 스마트폰 앱(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서울시 응답소 홈페이지(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 전화(120 다산콜)를 통하면 된다. 시는 기존 민생사법경찰단을 이달부터 민생사법경찰국으로 강화 개편하고 부동산과 대부업, 식품, 다단계 등 민생분야 범죄에 대해 더욱 엄중히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