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연중 최저 수준…훈풍 부는 회사채 시장

입력 2024-07-17 14:25
이 기사는 07월 17일 14: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의 커지면서 국내 채권 금리가 일제히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채 시장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등 기업 자금조달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금리는 지난 16일 전 거래일 대비 0.042%포인트 떨어진 연 3.496%에 마감했다. 2022년 4월 1일 연 3.458%에 마감한 이후 가장 낮은 금리로 장을 마쳤다. 국채 금리 하락세도 뚜렷하다. 금리 ‘바로미터’로 꼽히는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6일 연 3.035%를 기록했다. 2022년 8월 2일(연 3.012%) 이후 최저치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으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수연 한양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국고채 절대 수준이 인하를 1~2회 선반영한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첫 번째 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추가 인하 시점과 횟수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 환경이 개선되면서 하반기 들어 크레딧 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신용등급 BBB급(BBB-~BBB+)부터 AA급(AA-~AA+)까지 신용도와 무관하게 회사채 시장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12개 기업이 모두 목표 물량을 넉넉하게 초과하는 물량을 확보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DL이앤씨, 서흥, 신세계센트럴시티, 한진, 대신에프앤아이, 동원시스템즈 등이 기존 계획보다 발행 규모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회사채 시장 방문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특히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모회사 롯데케미칼의 도움 없이 회사채 시장 문을 두드리는 롯데건설이 눈에 띈다. 모 회사 지원 찬스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크레딧 시장 내 변수는 산적하다. 물가가 다소 잡히고 있지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 중앙은행에 11월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국내 크레딧 시장에서는 한전채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발행 작업을 재개한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한 달간 2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쏟아냈다. 연말인 11월과 12월에 각각 3조4200억원, 3조2500억원의 한전채 만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채 폭탄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