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아 '악성 임대인'으로 공개된 임대인 절반 이상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제 혜택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악성 임대인 명단에 오른 127명 중 절반 이상(53%)인 67명이 여전히 등록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3298건의 전세 사기 범죄를 저질러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7124억원 규모의 대위변제 손해를 입혔다. 3000명 넘는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상위 10명의 대위변제액은 4326억원, 2171건에 달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현행법상 사각지대를 악용해 지방세 감면, 종부세 과세표준 합산 배제, 소득세·법인세·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문 의원의 지적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 피해가 명백히 발생한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임차인의 피해'를 '승소 판결이 확정됐으나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성립에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로 한정해 상당수 악성 임대인이 임대사업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증금 미반환으로 임대사업자 자격이 말소된 사례는 7명에 불과하다. 악성 임대인으로 명단을 공개하면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사업자 자격 유지 여부 등을 확인해 후속 조처를 해야 하지만, 이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명단 공개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 의원은 "이들이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여러 주택을 사들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대규모 세금 감면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