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한 달 넘게 머리를 싸매고 있다. 국내산 우유는 수요와 공급보단 생산자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다. 흰 우유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유업체들은 원윳값 동결을 요구하지만, 농가 상황과 흰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도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생산자단체 입장이다. 원윳값 인상 두고 낙농가·유업계 '팽팽'17일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올해 원윳값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전날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소위원회 회의를 진행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낙농진흥회는 당초 한 달간 소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기간이 연장됐다. 지난해에는 양측 논의가 6월9일 시작돼 48일 만네 타결된 바 있다. 앞선 2022년에는 원윳값 협상과 낙농 제도 개편 논의가 맞물리면서 9월 중순에야 첫 회의가 열려 약 50일간 가격 협상이 진행됐다.
올해 원윳값은 농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L당 26원까지 올릴 수 있다. 원윳값은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 기준으로 현재 L당 1084원에서 협상 이후 최대 L당 1110원으로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낙농가는 원윳값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업계는 동결을 주장하면서 양측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서 원윳값을 올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면 흰 우유 제품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지난해의 경우 원윳값이 L당 88원 오르자 유업체들이 우유 제품가격을 4∼6% 올린 바 있다. 올해에도 이 기조가 유지된다면 우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과자 등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116.56) 대비 5.9% 오른 123.49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우유 소비자물가지수는 118.13으로 전년 대비 9.9%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19.1%)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였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6%)과 비교해도 2.8배 수준으로 높다.
유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원유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최대한 인상 폭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흰 우유 소비량이 많이 줄어들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농가들은 사룟값과 인건비 인상 부담을 토로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원윳값이 오르면 아이스크림, 과자 등 품목까지도 타격이 간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먹거리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원윳값 인상 폭을 최소화하도록 중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