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비판 여론의 중심에 선 대한축구협회(축협)을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은 축협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축협에 대한 '직접 조사'를 예고했다. 축협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이런 나라는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체위 소속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협에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다. 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직후 축협에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다"며 "축협은 자율권을 앞세워 거부하더라"고 했다
강 의원은 이어 "최근 유로 2024에서 우승한 스페인왕립축구연맹은 이사회뿐 아니라 총회, 집행위원회의 결정사항까지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고 있다"며 "축협이 강조하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독단과 밀실 행정으로 흐르고 있다. 축협에는 매년 300억원가량이 지원되는데, 공적 자금을 받는 이유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위해서라도 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도 축협의 운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는지 직접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축협회의 자율성을 존중해 언론에 기사가 나와도 지켜봤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라며 "감독 선임 과정에 하자가 없는지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문제 확인 시 문체부는 감사 등 조처를 내릴 수 있는데, 감사로 이어진다면 축협으로선 최초 사례가 된다.
정치권의 정조준에 축협은 반발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다. 축협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회장이나 임원의 자격을 심사할 수는 있어도 스포츠나 기술적인 부분을 (정부 기관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는 나라가 전 세계에 없다"고 주장했다.
축협의 이러한 입장은 산하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중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정관과 맞닿아 있다. FIFA 정관 14조 1항은 "회원 협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각 협회의 독립성을 규정하는 조항(19조)을 따로 마련해뒀을 뿐만 아니라, 15조에서도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며 각 협회가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국내 축구 팬들은 축협이 외국인 감독을 알아보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국내 감독을 선임한 점, 홍 감독이 대표팀에 생각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점 등을 고리로 축협과 홍 감독을 맹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박주호가 감독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