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구단 과민반응 실망"…인종차별 논란, 황당 해명

입력 2024-07-17 08:38
수정 2024-07-17 08:40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프턴 원더러스 소속 황희찬이 이탈리아 세리에A 코모1907와 친선경기 중 인종차별을 당한 것에 대해 코모 측이 황당한 해명을 발표했다.

코모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모 구단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고, 모든 인종차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수비수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대화를 나눴다. 동료 수비수에게 '황희찬은 무시해. 그는 자신을 '재키찬(성룡)'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황희찬의 이름, 그리고 그의 동료들이 '차니'라고 부르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 선수는 상대를 경멸하는 매너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선수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리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일부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이 사건을 너무 과장되게 보이게 만들어 실망스럽다"면서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 지역 등 해외에서 '재키찬'이 '아시아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동양인 비하 단어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코모 측의 해명에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2019년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시에 있는 한 스무디킹 매장에서 직원이 한국인에게 재키찬이라고 적힌 영수증을 건넸다가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

울버햄프턴은 앞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코모1907(이탈리아)와 연습경기에서 매슈 도허티의 헤더 득점으로 1-0으로 이겼다"면서도 "하지만 황희찬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으면서 승리가 무색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황희찬이 인종차별적인 말을 들은 것에 격분한 다니엘 포덴세가 격한 반응을 보여 퇴장당했지만, 울버햄프턴은 승리를 따냈다"고 전했다.

더불어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럽축구연맹(UE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의 경기는 이날 울버햄프턴이 전지훈련 중인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진행됐다. 코모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B에서 2위를 차지해 이번 시즌 세리에1로 승격한 구단이다.

황희찬은 경기에서 후반전에 투입됐고, 후반 23분쯤 코모 소속 선수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에 다니엘 포덴세가 함께 분노하며 해당 발언을 한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포덴세뿐 아니라 다른 동료들도 분노하며 상대와 신경전을 펼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황희찬은 인종차별을 당한 후에도 후반 45분을 끝까지 소화했다.

해당 경기 후 게리 오닐 울버햄프턴 감독도 "정말 실망스럽게도 황희찬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며 "이후 황희찬에게 그만 뛸 것인지 물었는데 황희찬은 끝까지 뛰겠다고 했다. 황희찬은 어려운 순간에도 팀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황희찬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며 "아침에 다시 괜찮은지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