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를 위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한국인 부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을 확보하려는 각 나라의 경쟁도 치열하다. ‘아시아 세금 천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 최근 ‘가상자산 산업 허브’로 떠오른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대표적이다. 각종 절세 혜택과 전문적인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앞세워 한국인 부자들에게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7일 투자이민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인들이 싱가포르와 홍콩, UAE로 이주하거나 패밀리오피스 등 법인을 설립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모두 상속·증여세가 없는 데다 세금 혜택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김미정 TSMP 파트너변호사는 “한국 고액 자산가들의 부의 이전에 대한 고민은 더 커졌다”며 “로펌, 컨설팅펌, 은행 프라이빗뱅커(PB), 외국계 멀티 패밀리오피스 등을 통해 싱가포르 등에 법인이나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려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뜨는 곳은 UAE 최대 도시 두바이다. 중국 등 아시아권 부호들이 최근 대거 옮겨갔다. 이곳은 상속·증여세뿐만 아니라 양도소득세가 없고 법인세도 단일세율로 싱가포르(17%)보다 낮은 9%에 불과하다.
투자이민 컨설팅업체 애니월드는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고 가상자산으로 부동산이나 차량 구매가 가능한 두바이에 관심이 유독 크다”며 “우리나라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가 예정돼 있다 보니 올해 들어 고소득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하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이민 자문사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UAE는 3년 연속 백만장자와 고액순자산 보유자의 유입이 가장 많은 곳으로 집계됐다. 이 자문사는 UAE가 올해 6700명의 백만장자를 유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