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급등한 테마주들이 주춤한 가운데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을 내 투자)가 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공조의 신용잔액률은 지난 1일 4.43%에서 16일 6.06%로 높아졌다. 신용잔액률은 개인이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중 아직 상환하지 않고 남아 있는 비율을 말한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이 회사 주가가 18.07%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하락하는 중에도 빚투를 늘렸다는 얘기다.
삼성공조는 올 들어 데이터센터용 냉방공조장치 수요가 부각되면서 인공지능(AI) 수혜주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에만 이 회사 주가는 105.37% 급등했다. 그러나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이달 들어 하락하고 있다.
AI 수혜주로 꼽히는 제룡산업도 신용잔액률이 1일 4.86%에서 16일 6.29%로 뛰었다. 송전·배전용 자재 생산 전문업체인 이 기업도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급이 부각되면서 AI 수혜주로 꼽혔다. 올 상반기에만 182.37% 뛰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9.95% 빠졌다.
K뷰티·K푸드 열풍으로 주가가 오른 화장품과 식품주 역시 최근 신용잔액률이 높아지고 있다. 미용의료기기 제조사 에이피알은 이달 들어 16일까지 신용잔액률이 2.43%에서 3.21%로 높아졌고,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2.76%에서 3.23%로 뛰었다. 에이피알은 이달 주가가 24.05%, 삼양식품은 8.67% 하락했다. 테마주들이 조정기에 진입하자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다. 개인들은 이달 에이피알을 727억원어치, 삼양식품은 3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 테마주 장세가 펼쳐지며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액은 연초 17조5370억원에서 지난달 말 20조107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16일 기준으로는 20조1570억원으로 2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