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가상자산시장에서 시세 조종 등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가 금지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하고 투자자에게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거래소 파산 때 투자한 가상자산은 보호받을 수 없고, 거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증명 책임은 투자자가 져야 한다. ○거래소 설립 11년 만에 법 시행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17일 발표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 가상자산거래소가 처음 생기고 11년 만에 관련 법이 마련된 것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라 거래소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관리해야 한다. 또 이용자에게는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가상자산거래소가 고객의 예치금으로 이자 수익을 올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법이 시행되면 이용자는 예치금에 대한 이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거래소는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곳(콜드 월렛)에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해킹 등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도 적립해야 한다.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규율 체계도 도입된다.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의심되면 금융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금융당국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를 거쳐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의 형사처벌, 부당이득 2배에 상당하는 금액 또는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해당 법에 따라 금감원은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이용자 보호 의무 준수 여부 등을 검사한다. 금융위는 검사 결과에 따라 의무를 위반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시정명령,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 시행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안전판이 마련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져 시장 질서도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여전히 미흡”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소가 파산하면 예치금은 돌려받을 수 있지만, 코인은 보호받지 못한다. 거래소가 의무로 보호해야 하는 대상에 예치금만 명시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래소에 1000만원을 보내 500만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남은 예치금인 500만원에 대해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 이번 법안에는 사고 발생 시 증명 책임에 대한 정의도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사업자의 고의나 과실을 투자자가 증명해야 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줄 경우에도 규제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일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규제가 제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50여 개사가 설립한 한국블록체인사업협동조합은 이날 “국내 거래소와 달리 신고 절차 없이 불법 영업하는 해외 거래소에 대한 조치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그들의 영업 활동은 점점 더 과감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미현/강현우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