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리 군의 정찰위성 2호기가 미국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우주로 발사됐다. SAR(합성개구레이더)을 탑재한 이 위성은 현재 주·야간은 물론 악천후에도 한반도 지상 정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우리 군에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정찰위성은 군이 2025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려는 이른바 ‘425 사업’의 일환이다. 425 사업이 추진하는 SAR 위성의 안테나 등 핵심 부품 상당수는 유럽 방산업체인 탈레스그룹 자회사에서 납품된다. 탈레스그룹은 자회사 지분을 포함해 지난해 184억유로(약 27조원)의 매출을 올린 유럽 최대 다국적 방산업체다.
그룹 한국 사업의 점검 차 방한한 파스칼 수리스 탈레스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위성 등 국방 분야뿐 아니라 우주, 디지털 보안 등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향후 사업 목표를 밝혔다. 그는 이어 “탈레스가 개발 중인 한국 통신위성 ‘무궁화 6A호’가 오는 가을 발사된다”고 공개했다.
무궁화 6A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탈레스가 공동 개발한 ‘한국형 항공위성서비스(KASS)’ 중계기가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KASS는 위치정보시스템(GPS)의 위치 오차를 실시간 보정해 항공기·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훨씬 정확한 위치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우리 군이 계획 중인 차기 ‘군 전용 통신위성(아나시스 3호)’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군은 2006년 발사한 민·군 겸용 통신위성 ‘무궁화 5호’(아나시스 1호)로 통신 체계를 운용했는데, 위성 수명이 거의 다 된 상태다.
수리스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안보환경의 악화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는 ‘K방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탈레스가 아시아 시장에 방산 무기를 수출하는 것과 같이 한국 방산업체가 다른 대륙에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무기 수입국은 대부분 ‘국방 주권(자주국방)’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현지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입국과 한국이 무기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고 설계 및 부품 유지보수(MRO)를 함께해야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68개국에 진출한 탈레스는 이 같은 시스템을 이미 확립했다.
탈레스와 한국의 인연은 깊다. 1983년부터 한국과 손잡고 국방 교통 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협력사업을 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수리스 부회장은 KT샛, 한화, LIG넥스원 등 고객사를 방문했다. 수리스 부회장은 ‘프랑스의 MIT’로 불리는 에콜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2013년부터 탈레스그룹의 국제개발 부문 수석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글=김동현/사진=이솔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