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가 아웃도어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인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11개국 사업권을 새로 따냈다. 기존에 사업권을 보유한 한국을 넘어 사실상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디스커버리 브랜드 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 패션기업 최초로 해외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MLB’에 이어 디스커버리도 ‘1조 클럽’ 대열 합류가 유력해지면서 K패션의 글로벌 위상이 한 차원 높아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F&F에 아시아 맡긴 디스커버리
F&F는 미국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로부터 중국 등 11개국에서 디스커버리 상표를 사용한 의류 등 독점 라이선스 사업 권리를 취득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대상 지역은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날 F&F는 해당 국가들에서 디스커버리 라이선스 사업을 해오던 기존 사업자의 영업권 및 자산 일체를 약 524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F&F와 워너브러더스는 한국과 이들 11개국에 대한 F&F의 독점 라이선스 사업권을 2039년 말까지로 설정했다. F&F는 이후 추가 15년 연장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디스커버리는 F&F가 2012년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론칭한 아웃도어 브랜드다. 2016년 방영된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공유가 입은 패딩으로 유명해졌다. 2012년 54억원으로 시작한 매출은 2017년 270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매출 4648억원을 올리며 노스페이스(약 1조원)에 이어 아웃도어 2위 브랜드로 성장했다. F&F에서는 작년 기준 1조4463억원을 올린 MLB(73.1%)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비중(23.5%)이 높다.
패션업계에서는 “워너브러더스가 ‘라이선스 브랜드 명가’인 F&F의 높은 경쟁력에 주목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판권을 맡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디스커버리와 합병한 워너브러더스는 한국 외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디스커버리 라이선스 사업 실적이 지지부진한 점에 불만을 품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F&F는 한국에서 디스커버리를 단기간 내 아웃도어 2위 브랜드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 MLB로 대박을 터뜨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F&F는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MLB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다. 2017년에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판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성장동력 확보…주가 26% 급반등F&F는 앞으로 MLB와 디스커버리를 양대 축으로 중국 등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F&F 관계자는 “디스커버리 역시 MLB처럼 해외사업 전개가 가능해져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며 “핵심 브랜드 두 개 모두 해외로 진출하며 지속 성장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F&F는 연내 중국 상하이에 디스커버리 첫 매장을 열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권 획득을 두고 위기 상황에서 김창수 F&F그룹 회장(사진)의 저력이 다시 발휘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F&F는 지난해부터 라이선스 사업 성장 둔화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에 시달렸다. 올해 1분기엔 매출 5070억원, 영업이익 130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 줄었다.
디스커버리 아시아 사업권 확보 소식에 주식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7일 신규 계약 공시 직후 주가가 급반등하면서 F&F는 25.85% 오른 7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F&F 주가가 7만원 선을 회복한 건 지난 5월 10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