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신과 함께 11월 대선에 나설 부통령 후보로 경합주 출신 정치 신인인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낙점했다. 젊은 층과 ‘러스트벨트’(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보고 39세 초선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조합이 선거 중립을 선언할 정도로 표심이 요동치는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세론’의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트럼프, 성공한 ‘흙수저’ 선택공화당은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호명 투표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확정 발표했다. 그는 지난 13일 피격 사건으로 다친 귀에 거즈를 붙인 채 행사장을 찾아 1984년생인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명 소식을 알리며 “밴스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의 노동자와 농민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스트벨트인 오하이오주 출신인 밴스 의원이 가난을 극복하고 상원의원이 된 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1984년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밴스 의원은 부모가 이혼해 조부모 밑에서 컸다. 고교 졸업 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 이라크 파병 기간을 포함해 5년간 복무했다. 군 제대 후 오하이오주립대를 거쳐 2013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경제적 부를 쌓았다.
그는 2016년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회고한 책 <힐빌리의 노래>를 써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당시 힐빌리(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이 지지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 뒤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언론에 소개되고 넷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때까지 밴스 의원은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로 칭하며 거리를 뒀다. 2018년 정계 진출을 모색하면서 ‘친트럼프’로 돌아섰다. 그는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를 “생애 최고 대통령”이라고 극찬했다. 이듬해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하고 트럼프를 찾아가 자신의 과거 발언을 사과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시 밴스 후보에 대해 “미국을 가장 우선시할 후보”라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전까지 5명의 경선 후보 중 3위이던 밴스는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뒤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밴스, 빅테크 규제 지지밴스 의원은 상원에 진출한 뒤 대표적 트럼프 충성파로 활동하며 ‘리틀 트럼프’로 자리매김했다. 강경 이민 정책을 지지하고 2020년 대선이 사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는 친구로 지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총격 사건 이후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확장성보다는 ‘친트럼프’라는 정체성을 우선해 부통령 후보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보호무역과 더 엄격한 이민법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빅테크 규제를 지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밴스 의원은 지난 2월 SNS에 “너무 늦었지만 구글을 분할할 때가 됐다”며 “명백히 진보적인 정보기술(IT) 회사가 우리 사회 정보의 독점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적었다. 이 무렵 한 행사에서 반독점법이 소규모 기업의 경쟁을 지원할 뿐 아니라 근로자 및 소비재 품질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모펀드 투자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가 월가와 기업 전체에 바이든 대통령보다 낫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밴스와 같은) ‘공화당표 버니 샌더스’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밴스 의원을 ‘트럼프 아바타’로 비판하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평가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현안에 있어 트럼프의 복제인간(클론)”이라며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