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이 유창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가사도우미) 100명이 오는 9월부터 서울에서 일을 시작한다. 12살 이하 자녀가 있거나 출산을 앞둔 서울시민은 1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최저시급(9860원) 수준으로 기존 공공 아이돌보미 이용 단가(1만5110원)보다 저렴하지만 제대로 쓰려면 월 200만원 이상 지출해야 해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가정을 모집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내국인 가사근로자 수가 줄어 돌봄 인력 몸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국 인력을 시장에 투입해 가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부는 필리핀 현지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지사와 협력해 가사관리사 10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외국인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받고 입국한다. 모두 780시간 이상 관련 교육을 이수해 필리핀 정부가 공인한 돌봄 자격증이 있다. 연령은 만 24~38세로 한국어 시험(EPS-TOPIK)과 영어 면접을 통과했다. 정신질환과 범죄 이력도 검증했다. 입국 전부터 한국어, 한국문화 등 45시간 동안 취업 교육을 받으며 다음달 입국해 4주간 아이돌봄, 산업안전, 성희롱 예방, 국내 생활 적응 등의 교육을 받는다.
가사관리사는 정부가 마련한 전용 공동숙소에서 지내며 출퇴근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부모들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 시간제(6시간 또는 4시간)나 전일제(8시간) 형식으로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수 있다. 주 52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가사관리사는 내국인과 같이 최저시급을 적용받아 전일제로 근무하면 월 206만원을 받는다. 하루 4시간 기준으로는 월 119만원이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공공 아이돌보미 시간제 종합형(돌봄+가사) 요금(월 131만원), 민간 가사관리사(월 152만원)보다 저렴한 편이다.
서비스 이용 신청은 ‘대리주부’(홈스토리생활) 또는 ‘돌봄플러스’(휴브리스) 앱에서 할 수 있다. 소득 기준은 상관없지만 신청자가 많으면 한부모, 다자녀, 맞벌이, 임신부가 있는 가정 순으로 우선 선발한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국내 체류 인력이 가정과 직접 계약을 맺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도 준비 중이다. 가사 사용인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최해련/곽용희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