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세계 1위 의약품 자리(매출 기준)를 지켜오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95% 이상을 유지하던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휴미라 시장 점유율이 올 4월을 기점으로 처음으로 80%대로 떨어졌다. 한국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스위스 산도스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업체들의 공세 때문이다. 내년 1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가 시행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점유율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17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발간한 바이오시밀러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보험사인 스크리피우스내 처방약급여관리 업체(PBM)는 오리지널 제품인 휴미라를 제외하고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와 미국 암젠의 암제비타만 등재했다. 미국 의약품 유통 구조상 판로에 큰 영향력을 쥔 현지 보험업계에서 휴미라 배제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스크리피우스는 헬스케어 분야 50년, PBM관리 50년의 경험을 갖춘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소재 보험사다. 바이오업계에선 "값싸고 우수한 성능의 바이오시밀러가 철옹성 같던 휴미라의 시장점유율을 흔드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스크리피우스내 PBM측은 "바이오시밀러를 도입하고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외한 것은 비용 절감 때문"이라며 "향후 메디케어 가입자 최대 부담액이 2000달러로 변경될 것이기 때문(내년 1월 IRA 시행)에 보험사들은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저렴한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휴미라의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마켓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휴미라 시장 점유율은 82%로 3월 대비 13%포인트(p) 떨어졌으며 반대로 산도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이리모즈가 13%p 증가했다.
휴미라 점유율(82%)은 자체 점유율 77%와 미국 3대 보험사인 CVS헬스 자회사 코다비스를 통한 판매 점유율 4%로 나뉜다. 산도스 역시 코다비스와 계약을 맺고 하이리모즈를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 4월 CVS 헬스의 자회사인 CVS케어마크가 보험 목록에서 휴미라를 삭제하면서 매출이 많이 증가했다.
산도스의 하이리모즈는 전체 휴미라 시장에서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자체 점유율은 3%, 코다비스를 통한 판매 점유율은 10%를 차지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에선 1위다. 2위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2%, 3위는 미국 암젠의 암젠비타로 1%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코히러스, 테바·알보텍, 셀트리온, 바이오콘, 프레제니우스 카비 등을 모두 합치면 2%를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 한 관계자는 "산도스가 선방하면서 애브비의 방어선이 무너졌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이 침투할 공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미국에서 IRA 적용 시 바이오시밀러 회사에 더욱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IRA는 2022년 발효된 법안으로, 주요 목표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고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미국 정부의 의료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메디케어 대상자 처방 의약품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처방 의약품 가격 규제를 도입했다. 부담금 상한으로 메디케어 가입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IRA가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대형제약사의 약가 인하가 이뤄지고 연간 환자 부담금이 8000달러를 넘어가는 고가 의약품에 대해선 보험사 부담금이 많이 늘어난다. 특히 환자 부담금이 2000달러를 넘어가면 초과분에 대해 정부 부담은 20%로 줄고 60%는 보험사, 20%는 제조사가 지급해야 한다. 고가 의약품일수록 보험사 부담이 높아지는 구조라 보험사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셀트리온은 2025년까지 11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옴리클로, 스테키마, 아이덴젤트 등 후속 파이프라인의 품목 허가를 잇달아 획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특히 7종의 바이오시밀러를 FDA에서 허가받아 세계 최다 FDA 품목 허가 바이오시밀러 회사로 등극했다.
올해 안과질환 치료제인 오퓨비즈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피즈치바의 미국 허가를 받았고 미국 시장 진출에 따른 매출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혈액 및 신장 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에피스클리)의 미국 허가를 앞두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