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단골손님 2차전지社, 채권발행 총력…미래 투자 속도낸다

입력 2024-07-16 14:34
이 기사는 07월 16일 14:3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국내 자금시장의 문을 잇달아 두드리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 자금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이날 30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3년물 2000억원에 6800억원, 5년물 1000억원에 1550억원 등 총 83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확보한 자금은 양극재 제조설비 투자 및 채무상환 자금으로 투입된다. 포스코퓨처엠은 하반기 포스코 그룹 계열사의 자금시장 첫 주자로 출격했다. 주력 사업인 철강 부문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게 포스코 그룹의 구상이다.

2차전지 소재 부문에 진출한 동원시스템즈도 자금줄 확보에 나섰다. 동원시스템즈는 이날 2년물 3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7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735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원통형 배터리 캔 제조사인 엠케이씨(MKC)를 1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2년 700억원을 들여 충남 아산 배터리 캔 공장을 증설해 2차전지 소재 산업을 대비하고 있다. 2차전지 관련 매출도 올해 700억원에서 내년 10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룹의 전방위적인 지원 프로젝트가 가동 중인 SK온도 2차전지 투자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올해 상반기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300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달 사모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을 찍었다. 올해 계획한 시설투자 규모만 약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꾸준하게 자금시장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자금시장뿐 아니라 외화채 시장을 방문하는 2차전지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총 20억달러 규모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3년물 7억달러, 5년믈 8억달러, 10년믈 5억달러 규모다. 조달한 금액을 글로벌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자금시장을 찾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배터리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 사이클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시설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2차전지 수출량이 늘고 부진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