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4% 올랐습니다. 이를 연율(1년 기간)로 환산하면 12%가 넘는 상승률입니다. 서초구(0.4%)와 송파구(0.41%)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연율로 환산하면 20%가 넘는 상승률입니다.
지금은 상승세가 뚜렷하게 보이지만,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집값 상승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주택자들이 매수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재산을 투자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 집을 사는 경험의 진입장벽 또한 무시못할 변수입니다.
최근에는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임대차법의 부작용으로 전셋값이 오르자 이번 기회에 아예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입니다. 매수에 우호적으로 변한 주택시장도 이런 시도에 힘을 실어 주는 중입니다.
현재는 갈아타기 수요와 최초매입 수요 모두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우대빵부동산연구소는 올해 1분기 집값 상승세를 갈아타기 수요가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승기에는 당연히 갈아타기 수요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착각입니다. 실제 갈아타기는 하락기(조정기)에 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도 더 유리합니다. 하락의 폭은 같기에 상급지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10억원짜리 아파트가 20% 하락하면 2억원이 떨어집니다. 같은 상황에서 20억원짜리 아파트는 4억원이 떨어집니다.
강서구 아파트를 팔고 마포구 아파트를 사면 얼마가 필요할까요? 필요 금액은 실거래가, 호가 등 여러 가격으로 산출할 수 있겠지만, '단지표준가격'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지표준가격은 신뢰할 수 있지만, 과거 가격인 실거래가와 신뢰도는 낮지만 미래 가치를 반영한 호가를 우대빵부동산연구소가 절반씩 섞어 만든 가격입니다. 이를 통해 가격 밴드나 시세처럼 대략적인 범위가 아닌 정확한 하나의 가격으로 표시됩니다.
우선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엠밸리7단지'와 마포구 용강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면적 84㎡를 살펴봤습니다. 강서에서 단지표준가격이 가장 높은 마곡엠밸리7단지의 단지표준가격은 14일 기준 17억2222만원입니다. 거래는 거의 없어 호가로 평가한 금액입니다. 마포는 단지표준가격이 가장 높은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 전용 84㎡ 단지표준가격은 20억3958만원입니다. 갈아타기에 소요되는 금액은 3억원이 넘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평균 매매가격은 5월 기준 마포 10억8500만원이며 강서는 7억66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차이납니다. 단지표준가격과 평균 매매가격의 차이가 거의 비슷합니다. 따라서 강서에서 마포로 갈아타려면 3억원 이상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현재 강서보다는 마포의 가격 상승률이 높습니다. 올해 누적으로 강서 집값은 0.57% 상승에 그쳤지만, 마포는 2.04% 올랐습니다. 올해 초 아파트 갈아타기를 단행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에 와서 갈아타기를 시도하기는 부담입니다.
하지만 공개경쟁시장인 아파트시장에서도 시차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는 구간은 항상 존재합니다. 강남, 신축, 대단지에서 시작되는 가격 상승의 흐름이 비(非)강남, 구축, 중소단지에도 조만간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은 전국에서 수급에 가장 큰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연령별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준공 5년 이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3.15%로 가장 큽니다. 다음은 10년~15년 아파트가 2.75%입니다. 20년 초과 아파트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부진으로 상승률이 1.19%에 그칩니다.
상승률이 높다는 말은 먼저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5년,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오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읽고 좋은 상품을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당분간 순차적인 가격 상승의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젠 늦었다는 생각보다는 다음으로 가격이 오를 상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미래 주택시장을 결정하는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상승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수급, 유동성(금리, 통화량), 경기 등 대부분 변수가 주택 시장에 긍정적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손품을 파는 시기는 아니며 현장으로 나가야 하는 발품의 시기입니다. 원하는 단지를 선택하고 현장의 흐름을 확인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