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16일 14: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준비가 미흡한 IPO 기업에 대해 유예 기간을 주지 않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만큼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곳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6월 말부터 IPO 기업의 심사 결과를 잇달아 내놓았다. 대부분 3~4월에 코스닥 시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곳이다.
3월 예심을 신청한 루미르를 비롯해 4월 예심을 청구한 알에프시스템즈, 아이스크림미디어, 엠83 등은 심사 승인을 받았다.
모두가 긍정적인 결과를 받진 않았다. 시스콘로보틱스와 진합은 미승인 결정에 따른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심사 기간은 72영업일로 집계됐다. 올해 6월 중순까지 심사 결과를 받은 코스닥 시장 IPO 기업의 평균 심사 기간이 약 124영업일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짧아졌다.
반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던 IPO 기업에 대한 심사도 6월 말에 연달아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상장 예심을 청구한 엔지노믹스는 195영업일 만에 최종적으로 미승인을 받았다. 유라클과 유디엠텍은 각각 209영업일, 160영업일에 걸친 심사를 받은 결과 심사 승인을 받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27일 '상장 예비 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놓은 뒤 심사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일반 기업과 특례 기업을 나눠 심사 진행하고, 심사팀별 전문 심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해당 방안에 따른 조직과 인력이 완전히 정비되진 않았음에도 일선 부서에서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심사 기간 정상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고 한다”며 “밀려있는 심사를 최대한 빠르게 끝내 적체 현상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신규 기업에 대한 심사에도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게 최근 거래소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상장 적격성상 미비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도 심사 기간을 늘려 그 기간에 이를 해소하도록 권고했다. 유망 기업을 발굴해 증시에 유치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기업의 자금조달 및 경영 계획 등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자 관행을 바꿨다. 단기간에 적격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선 미승인 판정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대다수 IPO 기업과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거래소의 태도 변화를 반기고 있다.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IPO 부서 인력 1명이 여러 개 IPO 기업의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 업무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심사 적체 현상이 해소되기까진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코스닥 시장 상장 예심을 청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곳만 64곳(스팩 상장 제외)에 달한다.
일각에선 당분간 IPO 기업의 심사 미승인 또는 자진 철회가 쏟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거래소 심사 기간이 점점 길어지자 일부 IPO 기업은 선제적으로 이를 감안해 상장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먼저 예심을 청구하기도 했다. 심사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 기간에 상장 과정에 필요한 계약이나 실적 개선 등을 이루겠단 계획이었다.
거래소가 심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이들 기업은 상장 적격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내부통제에 허점이 있는 기업이거나 매출 규모가 미미한 적자 기업 가운데 일부가 그 대상이 될 전망이다.
증권사 IPO 관계자는 “거래소가 미래 매출을 가늠하기 위해 수주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해도 차일피일 미루는 IPO 기업도 적지 않았다”며 “향후 이런 기업들이 사라지면 적격성이 있는 기업에 대해 더욱 정제된 심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