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밸류업 공시…기업 성장 촉매로 활용

입력 2024-08-06 06:00
수정 2024-08-06 10:49
[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콜마홀딩스



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와 주력 계열사가 지난해 모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 공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SG 경영 공시를 전반적으로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모습이다.

콜마그룹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는 지난 6월 26일 국내 상장사 중 세 번째, 지주회사 및 화장품업계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 이와 함께 자사주 6.73%를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자사주 소각도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콜마그룹은 지주사 외에도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등 주력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행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국내 기업은 현황 진단을 포함해 주주환원 정책, 자본관리 계획 등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주요 재무 및 비재무 지표를 분석하고 중장기 목표를 수립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비경상 이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밸류업 계획을 통해서는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일회성 이익(비경상 이익)에 대해서도 일정 비율로 환원하기로 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도 현재 66.7%에서 86.7%까지 끌어올려 주주가치를 제고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을 이사회에 참여시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도 선제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개인 및 해외 기관투자자를 위해 밸류업 자료를 제공한다. 영문 공시도 하기로 했다. 또 기관투자자 대상 정기 간담회 확대를 통해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이사회와 심도 깊게 논의해 내린 결정으로 마련되어 신뢰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정기적으로 공시하며 이행 현황을 비롯해 각종 현안을 주주들에게 상세히 밝히기로 했다.

지주회사 및 화장품업계 최초 밸류업 공시

콜마홀딩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부터 경영진과 이사회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빠르게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었다. 금융권 상장사를 제외하면 국내 코스피 상장사 중 가장 빠르다.

실제 회사는 지난해 7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향후 3개년 계획을 공시하고, 2023년 12월에는 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는 등 이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해왔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기존에 계획했던 내용을 정부 지침에 맞게 보완해 공시했다.

특히 이번 밸류업 공시는 IR팀을 중심으로 여타 부서가 뛰어들어 빠른 공시가 가능했다. 밸류업 공시의 전반적 개요 작성 및 공시 준비는 IR팀에서 이끌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재원, 현금흐름 등에 관한 검토는 재무팀에서 수행했다.

또 공시 및 향후 전개될 주주가치 제고 활동의 적법성 등에 대해서는 법무팀과 컴플라이언스(지속가능경영사무국) 부서가 검토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CEO를 포함한 이사회 내에서 밸류업 공시 내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견도 반영되어 빠르게 밸류업 공시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회사는 꾸준히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적으로 이행한 국내외 기업 사례를 분석해왔다. 이후 국내외 기관투자자 및 행동주의펀드 등 이해관계자 미팅을 통한 의견 수렴, IR팀 및 유관 부서 협업을 통한 밸류업 계획 마련, 1차 경영진 보고, 자사주 소각 일정 조율, 2차 경영진 보고, 이사회(최고경영진 포함) 내 논의, 이사회 안건 가결, 밸류업 공시 작성 및 제출 과정을 거쳤다.



자사주 조기 소각…주주환원율 50% 달성 눈앞

밸류업 공시와 함께 자사주 6.7%를 소각한 것도 이사회와 경영진이 밸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충분히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설명이다. 콜마홀딩스는 밸류업 공시를 준비하면서 투자자와 주주에게 당사 밸류업 계획의 진정성을 전달하고 실질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국내외 밸류업 모범 사례와 관련한 학술논문을 검토한 결과, 자사주 소각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게 되었다는 것이 콜마홀딩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사주 소각은 소극적인 주주환원과 낮은 자본 수익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기업 밸류업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등 주요국 증시 상장사들은 산업 형태에 따라 자사주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콜마홀딩스의 밸류업 계획은 주주환원율 50% 달성, 지배구조 선진화를 통한 주당순자산가치(PBR) 1배 돌파를 목표로 한다. 지주회사가 선택할 수 있는 주요 밸류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순수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에 비해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아 밸류업하기 위해서는 주주 입장에서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예측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M&A 이익도 나눈다

콜마홀딩스는 계열사에 대한 공유 서비스 제공, 부동산 임대수익, 상표권 사용료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이러한 주된 사업으로 인한 수익은 경상이익에 속한다. 또 콜마미래투자그룹이라는 지주사 내 별도의 투자 전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조직은 콜마그룹이 속한 화장품, 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실리콘투(해외 역직구 플랫폼 Stylekorean 운영법인), 비모뉴먼트(브랜드 달바 운영법인), 크레이버(브랜드 스킨1004 운영법인), 다인메디컬그룹(일회용 내시경 제조) 등이 대표적 투자 포트폴리오다.

회계기준에 따라 이러한 투자사업에서 창출되는 이익은 영업이익에 포함되지 않고, 비경상 이익으로 표시된다. 따라서 단순히 회계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제시할 것이 아니라 비경상 이익 중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분도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밸류업 관건, 지배구조 선진화

지배구조 선진화도 콜마홀딩스가 밸류업을 추진하는 데 중요시하는 요소다. 이와 관련해 3가지 개선 목표를 수립했다. 첫째, 주주총회 집중일 외의 날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콜마홀딩스는 종속회사의 결산이 모두 확정되어야 당사 결산을 확정할 수 있다. 아무래도 종속회사의 감사 일정과 회계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일정으로 부득이하게 주주총회 집중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제는 이를 피하기로 했다.

둘째, 앞으로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 그다음 해 봄에 개최되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왔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배당금을 얼마나 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한 후, 추후 주주총회에서 이루어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했다. 이는 우리 증시에 대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왔다.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배당 절차 개선안을 발표하고 콜마홀딩스도 이를 따르기로 했다. 최근 개선된 절차를 반영하기 위한 정관 개정을 완료했다. 주주들이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자 주주총회(배당액 확정) 이후 배당 기준일을 분리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셋째,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수립이다.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주주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인사를 임원으로 선임하기 위해 적격성 요건을 마련한다. 후보자의 전문성, 업무 경험, 정직성 및 신뢰성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횡령, 배임 또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사익 편취 행위 혐의로 기소되었거나 확정 판결 이력이 있는 자, 외부감사법상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해임 권고 등 조치를 받은 자가 임원으로 선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세부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적격성을 일회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선임 후에도 매년 적격 여부를 확인한다.

집중투표제는 투자자와 접점을 늘려가며 추후 도입을 검토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선호하는 이사 후보에게 자신의 모든 투표권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채택하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회에 소수 주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으나 투기세력에 의해 악용될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해외투자자 또는 기관투자자 등 주요 주주의 이사회 참여(지배구조 선진화 2025년 목표)를 우선 추진하고, 추후 집중투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화장품업계 최초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내 증권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상장기업 전반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매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혀 주주들을 비롯해 동시에 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행동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정미 콜마홀딩스 IR팀장 인터뷰
“밸류업 공시, 시장 재평가 계기될 것”



- ESG 경영과 밸류업은 어떻게 연결되나.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재무적 관점의 경영전략과 성과에만 주목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ESG 경영 측면에서 경영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른 비재무적 성과까지 중요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영향과 결과를 통합적으로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밸류업 공시는 중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을 목표로 주주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기업 지배구조(G)를 중심으로 환경(E), 사회(S)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ESG 공시와 밸류업이 효과를 거두려면 경영진과 이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시장의 단기적 요구나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큰 틀에서 경영전략, 자본 배분, 대외 신뢰도 제고 등 경영 전반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자발적 개혁이 필요하다. ESG 공시와 밸류업 공시는 궁극적으로 방향성이 같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세계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ESG 공시와 밸류업 공시를 연계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자본조달 비용을 고려한 밸류업 공시가 중요해 보인다. 개선 계획이 있나.

“이번 홀딩스의 밸류업 공시는 밸류업의 원칙과 행동계획을 제시했지만, 자본조달 비용 등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향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시장,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계량적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 지주회사 외 핵심 계열사도 모두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다.

“콜마비앤에이치와 HK이노엔은 현황 분석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본 공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업 자회사의 경우 순수 지주회사와는 다르게 향후 사업계획 등에 대한 계량화된 목표의 표시 여부 등을 포함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홀딩스의 밸류업 계획이 전반적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 사업 자회사의 밸류업 계획은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다.”

- ESG 정보 공시 강화로 시장과 주주에게 기대하는 바는.

“당사가 공시한 밸류업 계획은 경영진과 이사회가 충분히 논의해 수립한 것으로, 형식적이 아닌 만큼 앞으로 이행 과정도 눈여겨봐주길 바란다. ESG 공시로 콜마 계열사의 가치 저평가가 해소되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앞으로 해외 기관투자자와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