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을 공개 석상에서 다시 한번 강조해 발언했다. 올해 초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았지만 4월부터 지금까지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기 시작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3차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와 고용 균형 이뤄”파월 의장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 “인플레이션과 경제활동이 Fed의 예상에 따라 전반적으로 둔화했다”며 “올해 초 인플레이션 수치가 (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 뒤에 4~6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Fed의 목표치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감을 줬다”고 밝혔다. 올해 1~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월가 예상보다 연이어 높게 나왔다가 4월부터 점차 둔화하고 있는 양상에 대한 설명이다. 실제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0%를 나타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월 대비로는 지수가 0.1% 하락했는데 2020년 5월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달보다 떨어진 것이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노동시장 열기가 식어간 현 상황에서 물가와 고용이라는 Fed의 두 정책목표를 살펴볼 것”이라며 “현재 두 목표는 훨씬 나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2%까지 기다리지 않을 것”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하를 미루지 않겠다는 점도 내비쳤다. 그는 “중앙은행 정책은 다양한 시차를 두고 작동한다”며 “인플레이션이 2%까지 내려갈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오래 기다린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긴축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2% 아래로 끌어내릴 수 있는 정책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또한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다”고 답했다.
통화정책 전망과 관련해서는 “(통화정책) 회의에 관해서라면 어떤 식으로든 신호를 보내지 않겠다”며 금리 인하 시점에 관한 힌트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월가에선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 기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87.6%, 0.5%포인트 내릴 확률은 12.1%다. 금리를 0.75% 내릴 가능성은 0.4%로 봤다. 동결 가능성은 ‘0’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골드만삭스가 통화정책을 완화할 여건이 성숙했다고 밝힌 뒤에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연내 금리 3회 인하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ed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0.25%씩 최소 2회 인하는 확실하고, 세 번째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시장이 예상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신중론도 여전하지만 Fed 내부에선 신중론도 적지 않다. 메리 데일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고 있지만 지금 기준금리를 내릴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유타주에서 열린 포춘 브레인스톰 테크 2024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지속해서 낮아진다는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는 때가 있겠지만 오늘 당장은 아니며, 앞으로 들어올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Fed는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 리스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5월 4.0%에서 상승한 4.1%로 2021년 11월(4.1%)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6월 실업률이 4.0%로 5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를 웃돌았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