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되면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온도와 습도가 높은 장마철엔 음식이 상하기 쉽기 때문이다. 장마기간에만 왕성하게 퍼지는 세균은 없다. 하지만 장마철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세균 번식 속도가 다른 시기보다 빠르다. 자외선은 살균 효과를 내는데 장마철엔 자외선량이 줄어 세균 활동을 돕기도 한다.○위생상태 관리하고 날음식 섭취 주의해야
식중독은 음식물 섭취를 통해 위장관 등 소화기가 감염돼 배탈과 설사 등의 증상이 급성 혹은 만성으로 발현되는 질환이다. 발열, 구역질, 구토, 설사, 복통, 발진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원인에 따라 세균에 의한 세균성 식중독, 식품 속 미생물이 생산하는 독소에 의한 식중독, 동·식물성 독소에 의한 자연독식중독,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성 식중독으로 나뉜다. 세균성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은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이질균, 장염비브리오균 등이 있다. 무더운 여름과 장마철엔 세균성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건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라며 “이 균의 독소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1~6시간 이내에 구토와 설사를 하게 된다”고 했다. 이때는 항생제나 지사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먼저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40도 안팎의 고열과 두통, 설사 증상을 호소한다. 오들오들 떨리고 머리와 팔다리 관절이 쑤시는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심하면 장출혈, 뇌막염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국내 환자의 70~80%는 장티푸스균에 오염된 물을 마셔 감염된다. 심해지면 2~3주 뒤부터는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탈진상태에 빠진다. 몸에 열꽃이 생기고 피가 섞인 변이 나오기도 한다.
장티푸스 환자라고 모두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변비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도 있다. 장티푸스를 예방하려면 물은 끓여 마시고 음식은 잘 익혀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장티푸스 예방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가금류 복용으로 감염 쉬운 살모넬라균살모넬라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섭취로 생기기 쉬운 세균성 식중독이다. 달걀도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살모넬라균은 열에 상당히 약하다. 62~65도에서 30분 정도만 가열하면 죽는다. 달걀도 익히면 감염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다른 식품에 의한 2차 오염으로 감염되는 환자가 많다. 생닭을 조리하던 손으로 다른 음식 등을 만지거나 도마, 칼 등을 바꾸지 않아도 감염되기 쉽다.
이질은 용변 등으로 오염된 물과 변질된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전파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이질균은 물속에서 2~6주 동안, 흙에서는 수개월 동안 살 수 있다.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에도 잘 죽지 않는다. 손에 조금만 묻어 있거나 200개 정도의 균에만 노출돼도 이질을 일으킬 수 있다.
초기엔 구역질, 구토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다가 3~6주 안에 수차례 설사를 하게 된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탈수현상을 보여 혼수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설사가 지속되거나 탈수 증상이 있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치료를 해도 환자 절반 이상이 숨질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바닷물에 사는 비브리오균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에 급격히 증식한다.
균 한두 마리가 몸속에 들어간다고 바로 발병하진 않는다. 10만 개 정도의 균이 침입해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선회나 생굴 등 생으로 해산물을 먹으면 생기기 쉽다. 간 기능이 떨어진 만성간염, 간경변증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성이다. 간 질환을 앓는 사람이라면 해산물은 꼭 익혀 먹어야 한다.○장마 끝엔 콜레라 주의콜레라는 장마가 마무리될 때쯤 주의해야 하는 대표 감염병이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환자의 구토물 등으로 전파된다.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밥을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콜레라균에 감염되면 2~4일 정도 잠복기가 지난 뒤 심한 설사와 함께 탈수현상으로 갈증을 느끼는 증상을 호소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압이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하고 정신 상태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손을 잘 씻고 음식물을 끓여 먹는 것만 잘 지켜도 콜레라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 조리기구는 꼭 소독해 보관하고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을 선택하고 조리·보관하는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균은 0~60도에서 잘 번식한다. 음식을 저장할 땐 4도 이하에서 하고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
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디움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증식할 수 있다. 음식물을 오래 보관하지 않고 조리된 음식은 가능하면 바로 먹는 게 좋다.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엔 꼭 손을 씻어야 한다. 식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여름엔 마시는 물도 중요하다. 산이나 계곡, 해변에 놀러 갔을 때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 섭취는 가급적 삼가는 게 좋다. 수돗물은 염소 소독을 거치기 때문에 균 오염 가능성이 작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물은 각종 식중독균에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