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지난 회계연도 인도 매출이 3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애플이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 시장에서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지난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3월) 인도 매출은 전년 대비 33% 늘어난 80억달러(약 11조800억원)를 기록했다. 2008년 애플의 인도 시장 진출 이후 사상 최고치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매출의 절반 이상은 고가 아이폰 모델에서 나왔다.
애플은 인도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인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중산층의 구매력이 향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인도에 처음으로 ‘애플 스토어’ 두 곳을 여는 등 현지 소비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실적 발표 당시 “인도는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라며 “애플의 핵심 시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 내 제조 공장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인도 현지 공장에서는 최신 모델인 ‘아이폰15’를 포함해 ‘아이폰 프로’와 ‘아이폰 프로맥스’ 라인을 제외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의 대부분은 수출용이다. 애플은 지난 회계연도에 인도에서 140억 달러(약 19조3620억 원) 규모의 아이폰을 생산했다.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인도에서의 애플의 점유율은 아직 낮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5%에 불과하다. 중국 저가 스마트폰 업체 비보(19.2%), 샤오미(18.8%)가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17.5%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프리미엄 이미지와 현지 맞춤형 전략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애플은 인도 시장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회계연도 인도의 중국 매출은 726억달러로 전년 대비 2% 가량 줄었다. 중국의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에서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인도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통해 인도 시장이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