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역대급 폭우로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면서 기름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스요금을 시작으로 서울 지하철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다. 장마와 유가, 공공요금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11개월 만에 2.4%까지 하락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비 더 많이 내려”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시금치 100g(상품) 소매가격은 이달 평균 1234원으로, 전달(805원) 대비 53.3% 급등했다. 청상추 100g(상품) 소매가격은 1385원으로, 전달(1029원)보다 34.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오이는 23.3%, 배추는 21.3%, 무는 12.5% 올랐다. 이달 초부터 계속된 장마로 많은 비가 내려 공급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집중호우로 축구장 1만3000개 넓이의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는 기상환경 악화로 올여름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 기간이 평년보다 짧지만 강수량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간신히 둔화세로 접어든 소비자물가가 농산물값 급등 여파로 작년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작년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는 물가가 둔화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5%에서 3.3%로 낮췄다. 이런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기상 악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으로 물가 상승률은 한 달 만인 작년 8월 3.4%로 치솟았다. 하반기 3%대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 연간 물가 상승률은 하향 조정한 전망치(3.3%)를 웃도는 3.6%까지 뛰었다. 가중치 높은 공공요금 인상유가와 공공요금도 하반기 물가의 핵심 변수다. 올 들어 국제 유가는 큰 틀에서 작년과 비슷한 배럴당 70~90달러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이달 유류세 인하폭 축소가 물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7~11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L당 1706.6원으로, 직전 주보다 24.3원 올랐다. 휘발유는 경유와 함께 최근 3주 연속 상승했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연장하면서 인하율을 휘발유는 25%에서 20%로, 경유는 37%에서 30%로 축소한 영향이 컸다.
전기와 가스, 교통 등 공공요금도 정부가 작년엔 억눌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다음달부터는 주택용 도시가스 소매요금이 6.8% 오른다. 서울시 4인 가구 기준 월 가스요금은 3770원가량 상승한다. 날씨가 추워지는 10월 말부터는 가스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서민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3분기에 동결된 전기요금도 4분기엔 인상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10월부터 서울 지하철 요금은 기존 1400원에서 1550원으로 오른다.
휘발유와 경유, 전기·가스요금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전체 458개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상위 20개 품목에 포함된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기관과 협의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늦추도록 할 방침이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