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계획 승인을 목표로 하던 서울 은평구 녹번역 도심공공주택복합개발 사업이 특정 주민대표 밀어주기 의혹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성이 부족한 노후 도심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도심복합사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LH는 이달 초 시작한 응암동 4의 7 일대 ‘녹번역 도심복합사업’ 주민대표회의 선거를 중단하고 새 일정을 주민과 논의하고 있다. LH가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잇따라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실수를 하면서 불공정 선거 의혹 등이 제기돼서다. LH는 앞서 주민대표회의 동의서를 발송하면서 A후보자의 동의서 지역을 ‘녹번역’이 아니라 ‘용마터널’로 잘못 표기했다. 두 번째 동의서를 발송할 때는 A후보자의 투표용지는 아예 빠지고 B후보자 투표용지만 보냈다. 한 주민은 “두 차례나 한 후보자에게만 결정적으로 불리한 실수를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특정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한 불공정 개입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고 주장했다.
LH가 “불가능하다”고 명시한 용적률 공약을 특정 후보가 내놓고 있는데도 제재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LH는 사전 검토위원회에서 해당 구역 개발이 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60%) 기준으로 추진되며 용적률 상향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B후보자는 최근까지도 용적률 740% 추진을 내세우고 있다. A후보자 측 관계자는 “도심복합사업 찬반 투표 자체가 B후보자가 내세운 현실성 없는 용적률을 근거로 이뤄졌다”며 “이후에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지구로 지정된 이상 3년간 번복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녹번역 인근 역세권 5581㎡ 부지에 주택 172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당초 내년 사업계획을 승인받고 2027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계속된 잡음으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LH 관계자는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실수로 주민분들께 사과하고 오류도 바로잡았다”며 “향후 사업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7월 도입된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사업성이 부족한 노후 도심을 대상으로 공공이 직접 시행을 맡아 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신속한 인허가와 용적률 인센티브 혜택을 통해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윈윈’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도입 4년이 되도록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대상지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