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구하자"…농협·우리은행 11억弗 조달 착수

입력 2024-07-15 16:42
수정 2024-07-16 09:48
이 기사는 07월 15일 16:4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11억달러(약 1조5180억원) 조달에 착수했다.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선제적으로 외화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금융회사는 단기 외화차입금을 상환하고 장기 외화차입금 조달을 늘리면서 '차환 리스크' 줄이기에도 나섰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 6억달러(약 828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착수했다. 발행주관사는 미즈호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아그리콜, HSBC 등이다.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3억달러(약 4140억원)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상환하기 위한 발행 작업이다. 우리은행도 이번 주(16~19일)에 신종자본증 5억달러(약 6900억원) 발행에 나선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씨티글로벌마켓증권, HSBC 등이 주관사다.

올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은행의 달러 조달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우리은행(7억달러 글로벌본드), KB국민은행(6억달러 글로벌본드), 하나은행(6억달러 글로벌본드), 신한은행(5억달러 후순위채) 등이 글로벌본드 발행에 나선 바 있다. 7월은 휴가철인 만큼 비교적 자금조달이 뜸한 시기다. 하지만 외환시장을 둘러싼 변수가 시시각각 바뀌면서 달러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달러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할 경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 관세를 물리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소득세 폐지를 비롯한 대규모 감세 정책도 약속했다.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하면 물가가 치솟고, 재정적자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국채 금리 발행이 늘어나면서 시장금리가 치솟을 수 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국채를 사들이려는 외국인 투자금이 몰리고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한다.

그만큼 은행은 물론 기업의 외화조달 규모도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의 대외채무는 2023년 1분기(2768억3880만달러)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다 작년 4분기에 2495억177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올 1분기 말 2501억7800만달러로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대외채무란 기업이 갚아야 하는 달러·유로화를 비롯한 외화 빚(외화차입금 외화사채 유전스 등)을 뜻한다.

이 같은 외화차입금 가운데 단기차입금은 줄어든 반면 장기차입금은 늘고 있다. 올 1분기 말 단기 외화차입금은 1010억918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7억9780만달러 줄었다. 반면 장기 외화차입금은 1490억862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14억5810만달러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차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차입금 만기를 장기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