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을 표적 공습해 제거했다. 지난해 10월 7일 이뤄진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기습 공격의 주동자이자 하마스 군사 조직의 2인자로 알려졌다. 대규모 공습 과정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 수백 명이 사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지역 폭격을 이유 들어 휴전 협상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알카삼 여단 사령관 등을 제거하거나 이들이 항복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하마스 지휘관 위치 노출, 이스라엘군 공습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전날 첩보기관 신베트와 군 정보국의 첩보를 받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을 공습해 라파 살라메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살라메를 겨냥한 공습이 이뤄진 곳은 칸유니스 서부 지중해 인근 '알마와시'로 알려진 지역이다. 이스라엘이 안전 구역으로 선포해 난민촌이 몰린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 살라메의 가족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옥이 포착됐다. 이스라엘군이 지상과 지하 주요 거점을 장악한 이후 살라메는 몇 개월간 그 곳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국은 수개월 전부터 해당 가옥을 주시하며 지하 터널과 이곳을 드나드는 살라메와 고위 지도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미사일, 드론, 쿼드콥터가 포함된 '다단계 공격'으로 약 90분 동안 지속됐다. 오전 전투기가 나타나 미사일을 목표물에 발사했다. 이후 쿼드콥터들이 무차별 총격을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민방위대원들이 도착하자 이스라엘 드론이 로켓을 발사하기도 했다. 결국 하마스 지휘관을 포함한 무장대원과 다수가 사망했고 민간인들도 희생됐다.
공습 목표였던 살라메는 1990년대 초 하마스 테러 조직에 합류해 모하메드 신와르의 지휘 아래 하마스 칸유니스-알카라라 대대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살라메는 이스라엘군 병사 길라드 샬릿 납치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4년 가자전쟁(프로텍티브 엣지 작전) 기간에도 살라메는 하마스의 전투 지원 및 방어 계획을 지휘했다.
2016년부터는 칸유니스 여단 사령관으로 임명돼 테러 요원들을 지휘하고 칸 유니스 지역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한 로켓 공격을 자행했다. 2021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건 당시 공격용 터널을 이용한 이스라엘 영토 침투를 시도했다. 다만 공격이 사전에 감지돼 이스라엘군이 테러리스트 18명을 제거했다. 데이프 알카삼 여단장의 심복이자 이인자인 살라메는 데이프 여단장 암살 시도에 휘말려 상처를 입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측은 데이프 알카삼 여단 사령관에 대해선 "그가 아직 살아서 군사작전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살라메의 생사는 거론하지 않았다. 데이프는 이스라엘의 지명 수배자 명단의 가장 상단에 오른 인물로, 최소 7차례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도 그를 하마스 핵심 인물로 보고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중단된 휴전협상AFP통신은 하마스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정치 지도자가 휴전 중재국에 협상 결렬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예는 "점령군(이스라엘군)이 휴전에 대한 진지함이 부족하고, 지속적인 지연과 방해 전략을 펼치는 데다 비무장 민간인을 계속 학살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때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하마스는 그동안 고수해 온 ‘영구 휴전’ 요구를 접고 16일간 휴전하고 이스라엘 군인들과 남성 인질을 풀어주는 등의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무장단체 조직원들의 가자지구 북부 복귀 차단 등 4가지 조건을 내걸면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최근 하마스 지휘관을 잡기 위해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도시 칸유니스의 서쪽 해안의 '인도주의 구역' 알마와시 등에 대형 폭탄 '벙커버스터' 등을 투하해 90여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은 지난 6∼9일에도 하마스 무장 조직원이 숨어있다며 가자지구 각지의 학교를 공습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냈다. 가자지구 맹폭하는 이스라엘이스라엘의 공습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새벽도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공습해 최소 1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이날 낮에는 피란민 캠프로 쓰이는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의 학교에 폭탄이 떨어져 최소 17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전했다.
최근 공격은 이스라엘이 스스로 지정한 인도주의 구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캇 앤더슨 유엔 인도주의 부조정관은 "두 다리가 절단된 유아, 마비돼 치료받지 못하는 어린이 등 가자지구에서 9개월만에 가장 끔찍한 장면을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목격했다"며 "민간인은 항상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작전을 지속할 방침이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10월 7일 학살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무고한 민간인 살해에 일생을 바친 하마스 고위 관리들을 계속 추적하겠다"며 "모하메드 데이프는 죽는 것을 두려워해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협상은 조만간 재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정치적 라이벌인 서안지구 파타 행정부와 제휴한 가자지구 알아즈하르대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정치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하마스는 군사적으로 궁지에 몰린 매우 나쁜 상황"이라며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