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암살 기도로 규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자세한 경위와 배후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 오후 6시11분(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에서 총격을 받았다. 유세를 시작한 지 약 8분 후 불법 이민 문제를 언급하던 중 총성이 연이어 울렸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오른쪽 귀를 움켜쥐고 이내 단상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총성이 들린 지 약 1분 후 경호원들이 그를 부축해 전용차에 태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오른쪽 귀에 피가 묻은 상태로 주먹을 몇 차례 치켜들어 보였고, 청중은 환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트럼프가 때마침 차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총알이 머리를 관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격으로 유세를 지켜보던 트럼프 지지자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중상을 입었다.
총격범은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20세 백인 남성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로 밝혀졌다. 그는 범행 현장인 유세장 인근의 한 공장 지붕에서 비밀경호국(SS) 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이번 사건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리치 매코믹 하원의원(공화당)은 “이 비겁한 암살 시도가 트럼프를 지지하도록 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치솟으면 ‘고령 리스크’에 시달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격 사건 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 이를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도 영향권에 들어간 움직임을 보였다. 이날 총격 사건 이후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3.94% 뛴 개당 6만173달러(약 8285만원)에 거래됐다.
뉴욕=박신영/워싱턴=정인설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