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되면서 내년도 실업급여 하한액도 함께 오른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상한액은 고정된 상태에서 하한액만 오르며 상·하한액의 하루 지급액(8시간 근로 기준) 격차는 올해 2896원에서 내년 1808원으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 실업급여 하한선은 하루 8시간 일하다가 퇴사한 근로자 기준으로 하루(일급) 6만4192원으로 오른다. 올해 6만3104원보다 1088원 늘어난 금액이다. 한 달로 계산하면 올해 189만3120원에서 192만5760원으로 인상된다.
고용보험법상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다. 이에 따라 내년 실업급여 하루 지급액의 상한액과 하한액 차이는 불과 1808원으로 좁혀진다. 2015년 상·하한액 격차는 7288원에 달했지만 최저임금이 2015년 5580원에서 내년 1만30원으로 79.7% 급등한 탓이다.
월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실수령액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9만312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고 손에 쥐는 실수령액 월 185만6276원보다 많다. 실업급여엔 4대 보험료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내년에는 이런 ‘역전 현상’이 더 심화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유도하는 ‘도덕적 해이’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일 사업장에서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만732명으로 전년 1만7278명보다 19.9% 증가했다.
문제점을 느낀 정부·여당도 지난해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를 추진했지만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무산됐다. 정부는 다음주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 감액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지만 실업급여 하한액 개편 내용은 제외할 방침이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한액 개편 없이는 실업급여 반복 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곽용희/강경민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