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소소한 통찰] 글로벌 'K펫'을 위한 스토리

입력 2024-07-14 17:12
수정 2024-07-15 00:07
한국에서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최초의 판다 푸바오. 지난 4월 중국 청두로 떠났지만,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동물에 전혀 관심 없는 이도 엔간해선 푸바오 영상을 피할 수 없다. 인지도나 충성도 면에서 푸바오에 견줄 만한 스타는 극소수다. 기업에서 이런 마케팅 블루칩을 놓칠 리가 없다. 작년 11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스토어는 2주간 2만여 명이 방문했고, 굿즈 매출만 10억원이 넘었다.

‘노을이’라는 이름의 반려견도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이 됐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채널을 운영하던 유튜버가 유기견센터에서 노을이를 입양해 ‘못생긴 노을이’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2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40만 명, 유튜브 구독자 20만 명을 넘은 여세를 몰아서 ‘못생긴 노을이’ 브랜드 굿즈를 개발하고, 팝업스토어까지 연 것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상품도 새로 등장하고 매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정부의 2024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보면, 유모차를 타는 연령대인 0~4세 인구는 130만 명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2022년 농림축산식품부 추산 6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과 레저 상품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이용한 한 항공사의 기내지는 총 41쪽의 지면 중 5쪽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서비스를 담았다. LG유플러스는 2023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과 공간대여 등 스타트업 3개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반려견 동반 전세기를 제주항공과 띄웠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도 늘고 있다.

동물 대상 팬심과 그에 기반한 각종 상품의 출현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펫 관련 산업의 확산과 증가 속도, 팬들의 충성도, 새로운 시장 개발이 두드러진다. 자연스레 ‘K팝’, ‘K푸드’와 같은 ‘K펫’이란 또 하나의 ‘K산업’이 기대된다.

‘K펫’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만의 특성이 확실해야 한다. 마침 그럴 만한 요소가 있다. 최근까지 ‘개고기를 먹는 나라’ 운운하는 자조적 소리가 없지 않았다. 한때 해외에서 한국의 개고기 취식에 대해 비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올 2월 개고기 식용 종식법을 제정하고, 펫산업 선풍을 일으키는 모습이 ‘K펫’만의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고성장한 대한민국의 변신 스토리는 개고기 식용 논란을 넘어 급성장한 ‘K펫’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