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위임(empowerment)을 주제로 구성원, 리더 그룹, 경영진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내용을 종합해보면 경영진과 리더 그룹은 권한위양(delegation)을 해왔던 반면, 구성원들은 권한위임을 원하고 있었다. 이 두 개념은 구성원이 책임감을 갖고 주도권을 쥐도록 장려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의사결정권의 위치가 다르다. 권한위양은 리더가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권한위임은 권한을 부여받은 구성원이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그렇다면,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리더)과 위임받는 사람(팔로어) 모두가 만족하는 권한위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젝트 단계별로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과 권한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선 시작 단계에서는 정렬(alignment)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프로젝트의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 종료 시점을 논의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합의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중간 단계에서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고, 발생 이슈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리더는 팔로어와 언제든지 정보를 공유하고 이슈를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팔로어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반대로 팔로어는 리더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진척 현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이슈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는 팔로어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되고, 팔로어는 이를 간섭으로 느낄 수 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약속한 종료 시점에 프로젝트 결과를 회고해야 한다. 성공했다면 그 까닭을, 실패했다면 잘한 점과 보완할 점을 구분해 점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 만약 실패했다고 이 같은 마무리 없이 프로젝트를 끝낸다면, 구성원들은 상실감을 느끼고 조직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결국, 권한을 맡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권한위임이 이뤄지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이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경영진·리더 그룹)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듯, 권한을 위임하는 사람도 같은 마음임을 인지하고, 이를 위임 과정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상호 이해와 배려를 통해 조직은 더욱 강력한 팀워크를 이루고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