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미인들이 등장했다. 세상에 없는 미모다 싶었는데 정말 실존하지 않는다. 미인들의 정체는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이들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휩쓸고 미인대회에서 수상하는 등 인플루언서의 삶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中 SNS서 "월 50만위안 매출"…AI 미인대회도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중국 대표 SNS 플랫폼 '도우인'을 중심으로 AI 가상 인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 미모로 라이브커머스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고객으로 여겨지는 고객인 중년 남성들의 지갑을 활짝 열었다.
팔로워수 110만명에 달하는 AI 인플루언서 '메이메이(여동생)'는 올해 1월 총 118건의 영상을 게시해 7만5000(약 1420만원)~10만 위안(약 1894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총 258개의 동영상을 올렸고 총 월 매출은 25만(약 4736만원)~50만 위안(약 9472만원) 사이다.
또 다른 AI 인플루언서 '탕탕'의 팔로워수도 무려 127만명에 달한다. 탕탕은 지난 2월 총 71건의 영상을 올렸는데, 상품 판매에 관련한 영상이 전체의 약 93%인 66건에 달했다. 해당 영상 시청자의 연령별 데이터를 보면 탕탕의 남성 팬 비율은 92.11%에 달하며 거의 절반이 40~50대 중년 남성이다.
세계 최초 AI 미인 대회도 개최됐다. 지난 8일(현지시간) 크리에이터 플랫폼 '팬뷰'는 세계최초 AI미인대회인 '월드 AI 크리에이터 어워드'를 열고 최종 우승자로 모로코의 켄자 라일리를 선정했다. 이 대회는 실제 사람의 모습에서 구현한 AI가 아닌 100% AI만으로 만든 가상 인간만 참여할 수 있었다.
켄자 라일리는 1500여명의 참가자를 꺾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녀는 상금 5000달러(약 690만원)와 1만5000달러(약 2070만원)의 특전, 그리고 세계 최초의 미스 AI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2위는 프랑스의 라리나, 3위는 포르투갈의 올리비아 C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이점은 심사위원 중 절반이 AI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AI 인플루언서인 아이티나 로페즈, 에밀리 펠리그 리나와 미스 그레이트 브리튼의 수석 심사위원인 샐리 앤 포크트, 마케팅 전문가 앤드류 블로크 까지 총 4명이 이번 AI 미인대회의 심사를 맡았다.
심사 기준으로는 △아름다움 △기술 △SNS 영향력 등 세 가지다. 아름다움에는 생성된 AI 미녀의 얼굴의 균형감 여부와 미의 기준에 적합한지가 포함됐다. 기술력에는 손, 눈, 배경 주변 등 시각적 세부 묘사를 포함해 기술의 완성도를 본다.
대회 우승자답게 켄자 라일리의 SNS 팔로워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축하해, 대회도 끝났으니 팬들과 소통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 "사랑해 라일리, 너의 아름다움은 믿을 수 없을 정도야", "당신이 실제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등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팬들의 애정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약간의 비대칭, 더 인간처럼 느껴"…우려는'여전'실제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우승자 켄자 라일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입을 모아 라일리의 얼굴이 현대 성형외과에서 미인으로 정의하는 비율에 모든 부분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동양인과 서양인의 미의 기준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매우 다르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형외과에서는 정의하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의 아름다움은 대칭성과 눈코입의 비율, 조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권정우 땡큐 성형외과 원장은 "얼굴의 각 요소의 대칭과 비율이 잘 맞아 떨어져서 그 누가 보아도 매력적이며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보통 AI 같은 경우 너무 완벽한 대칭을 맞추어 놓으니 오히려 조화롭지 못한 느낌을 주는데 이번 AI가 만든 가상의 인물은 약간의 비대칭을 같이 섞어놓아 오히려 실제 인물 같다는 느낌이 들어 더 매력적"이라며 "이런 기술의 발달이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질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강조한 AI가상인간 등장에 대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AI 미인대회의 경우 여성AI만 참여할 수 있을뿐더러 '외모 지상주의'에 절여진 사회의 기준을 더욱 높여 이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이들에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의상을 입혀 성 상품화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명주 바른AI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욕구가 표출된 AI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AI생태계 내에서도 결국 추구하는 방향이 외모가 뛰어나야 인기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챗 GPT내 챗봇이 400만개 중 거의 상위를 차지하는 캐릭터가 '이성친구'인데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음란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며 "AI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에 현재는 각자의 윤리 역량으로 밖에 이같은 문제를 견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아직 이 문제의 심각성이 대중적으론 논의가 안 되고 있어 입법 논의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