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둔화 소식에 엔화 급등…"日 당국의 시장 개입한듯"

입력 2024-07-12 09:45
수정 2024-07-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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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됐다는 소식에 일본 엔화 가치가 올랐다. 미 중앙은행(Fed)이 피벗(기준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경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시장 일각에선 일본 당국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11일(일본 시간 기준) 밤 9시쯤 달러당 161.55엔에 거래되던 엔화는 한 시간쯤 뒤에 순식간에 158.36(-1.97%)엔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0%로 전문가 예상을 밑돌며 둔화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이후 157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일본 시간으로 12일 오전 9시 현재 158.6엔 선을 보이고 있다. 6월 중순 이후 약 3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로이터통신은 "엔화의 일일 상승폭으로는 2022년 말 이후 최대 상승폭"이라고 전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엔화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 데이터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CPI 상승률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Fed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며 달러 하락세로 이어졌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글로벌 외환 전략 책임자인 킷 주크스는 CNBC에 "엔화 상승의 주요 원인은 CPI의 놀라운 결과 때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본 당국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시장 일부에서는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파는 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ADM 인베스터 서비스의 글로벌 전략가이자 수석 경제학자인 마크 오스트발드는 "개입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미국 CPI 소식으로 인한 달러 매도세가 엔화의 손절매 목표 수준을 촉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절매 주문은 자산 가격이 특정 수준에 도달하면 손실을 제한하기 위해 자동으로 매도 주문이 실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이어 "재무부가 이 기회를 이용해 약간의 개입을 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환율 정책을 지휘하는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당국은 올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약 한 달간 9조7885억엔(약 84조7000억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이후 첫 통화 개입이었다. 4월 29일 기준 엔화는 달러화 대비 34년 만에 최저치인 160.03 엔으로 하락했다.

이후 5월 말 들어 156엔 수준으로 반등하면서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당국이 개입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3월엔 연 -0.1%였던 기준 금리를 연 0.1%로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4월과 6월 회의에서는 통화정책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