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가 노조 소식지에 회사 측의 안전 홍보물 내용을 지적하며 "페미니스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격리시키면 된다"는 등의 여성과 장애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원색적인 혐오 발언을 게재했다.
논란이 일자 노조는 해당 글을 삭제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사과문을 올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소식지에 사측이 설치한 옥외 광고판을 두고 "수구 꼴페미의 나쁜 광고 즉시 철거하라"는 제목의 비판 글을 실었다.
해당 옥외광고판에는 작업장 안전을 당부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노조는 포스터 속 손가락 모양을 문제 삼았다.
포스터 하단에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Tomorrow(내일)’이라고 적힌 푯말을 드는 이미지가 합성돼 있다.
노조는 이를 두고 "정신적 문둥병에 오염된 지진아들이 한국 남성들을 혐오하기 위해 만든 손가락 기호 모양이 아무런 여과 없이 사내 옥외 광고판에 등장했다"며 "안전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를 내보내면서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소동을 부리는 수구 꼴페미들의 손가락 광고를 내보낸 것은 남성비하 광고"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르노코리아 광고 또한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면서 "노리고 있었든 무지였든 혐오를 상징하고 그렇게 보이는 광고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노조는 또 "페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격리시키면 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 불식간에 무비판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광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안전 홍보물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소식지에는 여성, 장애인, 한센병 환자,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단어가 가득차 있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최근 자사 신차 홍보 영상으로 집게 손 논란이 불거지자 회사측은 영상을 삭제하고 해당 직원의 직무를 금지했다고 밝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은 벌어진 손가락 이미지가 등장하는 영상, 광고 포스터 등을 지적하며 "집게 손은 남성 신체 부위를 조롱할 때 쓰는 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소식지 내용이 논란이 되자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는 HD현대중공업 노조에 소식지 글을 내리고 해명하는 입장문을 올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조 소식지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백호선 지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여성과 여성운동에 대해 조금의 비하 의도가 없었다"면서 "(여성운동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고 털끝만큼도 그 위상에 흠집이 생겨서도 안 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