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병)이 금융회사의 부실에 대비하는 선제적 자금 지원 제도인 금융안정계정 설치 법안을 11일 대표발의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법이다.
김현정 의원실은 김 의원이 금융시장불안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차단해 시스템리스크를 예방하가 위해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기금과 별도로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기로 인해 정상적 금융사가 자금난에 처했을 때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연합(EU)은 정상 금융회사에 대한 선제적 지원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은 2008년 위기 당시 재무부를 통한 자본확충프로그램과 연방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일본은 2014년에 일본예금보험공사의 위기대응계정을 확대 개편해 정상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지원기능을 추가했다. EU도 2014년에 예방적 공적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에선 금융위원회가 2022년 관련 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를 도출했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새 법안은 쟁점이었던 자금지원 결정 주체를 금융위원회로 지정하고, 금융위가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김 의원은 "한국도 금융시장불안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예금보험공사에 금융안정계정을 신설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김동아, 김승원, 김한규, 문진석, 박범계, 오세희, 정성호, 정준호, 정진욱, 최민희 의원이 동참했다.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공사의 기존 예금보호기금 내에 별도 계정으로 설치된다. 금융사가 유동성 경색을 겪을 조짐이 보이면 예금보호기금의 자금 일부가 금융안정계정으로 차입되고 이 돈이 금융사의 채무 지급보증, 대출, 출자 등에 활용되는 구조다.
가장 큰 장점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은행, 보험사 등 각 금융사가 납입한 보험료와 예보의 보증료 수입, 예보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이 금융안정계정으로 유입된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기존 지원 방식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지원기관이 채권을 새로 발행하고 담보를 설정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금융안정계정은 이미 마련된 예금보험기금을 활용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 예보는 현재 가용 예금보험기금만으로도 보증 방식을 통해 담보 없이 124조원 이상을 금융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우/정의진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