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산로보틱스, 밥캣 100% 자회사로 품는다

입력 2024-07-11 16:32
수정 2024-07-11 16:34
이 기사는 07월 11일 16: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이던 두산밥캣을 자진 상장폐지해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이관한다. 두산밥캣은 그룹 성장 동력을 에너지, 제조, 첨단소재 3분야로 나눠 새롭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그룹내 핵심 사업을 △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3부문으로 재편해 도약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11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개사는 각각 이날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의 분할과 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승인했다.

두산그룹은 첫 단계로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을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39%를 보유한 ㈜두산 등 기존 주주들은 지분율에 따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 지분을 모두 받게 된다.

분할 직후 두산로보틱스는 신설된 두산에너빌리티 투자회사 지분을 전량 이전받고 그 대가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분배한다.

두산로보틱스는 직후 두산에너빌리티 투자회사를 흡수합병한 후 두산밥캣 잔여 지분 약 54%를 공개매수해 100% 자회사로 상장폐지한다.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기존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지분율은 68.2%에서 40% 수준으로 희석될 예정이다.

이번 지배구조개편은 두산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 재편 차원에서 단행됐다.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면 그룹의 핵심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어셀 중심의 '클린에너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결합한 '스마트 머신',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두산테스나가 포함된 '반도체 및 첨단소재' 세 부문으로 재편된다.

두산그룹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비분야 선두 기업인 두산밥캣이 축적한 고객망과 네트워킹을 활용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두산로보틱스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간 연구개발(R&D) 역량을 통합하고 중복 투자를 최소화해 글로벌 톱티어 무인 로봇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도 두산밥캣의 이전 대가로 두산로보틱스의 신주를 받아 회사의 성장을 함께 공유하게 돼 '윈-윈'하는 구조를 고안했다는 평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역량을 본업이자 성장산업인 원자력, SMR, 발전사업 등 고부가 신사업에 투입해 글로벌 원자력 사업자로 도약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연 1조 캐시카우’ 밥캣 넘겨 미래사업 키운다두산그룹이 전격적인 사업 재편에 돌입한 것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가 발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2조원에 육박했던 그룹 차입금 탓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던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솔루스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그룹 차입금을 3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SK 신세계 등 저금리시기 사업확장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그룹들이 자금난으로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반면 두산그룹은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꼽혔다.

두산그룹은 기존 본업인 소형원자로(SMR) 원자력 사업 등 기존 사업까지 안정화에 성공하자 로봇을 중심으로 한 신사업 육성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첫 단계는 그룹 내 분산된 계열사들의 역량을 3대 핵심사업으로 재편하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이다. 그룹 내 핵심 캐시카우이자 대표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숨가쁜 사업재편이 펼쳐진 배경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두산그룹의 사업은 에너지와 제조, 첨단소재 등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진다. 에너지 사업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이 맡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로 넘어가 제조 분야에서 시너지를 낸다.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부문은 두산테스나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묶는 방식으로 사업을 재편해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목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계열사간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제고'에 집중됐다. 무인화 및 자동화를 미래 핵심 역량으로 제시한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가 무인화 로봇 개발을 통해 축적한 원천기술 등을 단기간 내 사업에 접목할 수 있다. 신설회사인 두산로보틱스도 두산밥캣이 글로벌 인지도를 바탕으로 축적한 국내외 고객 네트워킹 및 판매망을 자사 확장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양사가 공통적으로 개발해온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역량도 공동 개발을 통해 빠른 속도로 글로벌 톱티어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로봇, 반도체 등 그룹이 장기간 육성해온 신사업이 빛을 보면서 그룹의 기업가치도 합산기준 30조원을 넘기며 수직상승했다. 두산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 CJ 네이버 등의 시가총액을 제치고 7위권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사인 (주)두산의 주가는 올해들어 157% 상승하면서 주요 그룹 지주사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도 SMR 사업에 대한 재평가와 체코 원전 수주 기대감으로 기업가치가 연초 대비 급등했다. '밸류업' 기조에 맞춰 한단계 도약을 위한 적기로 판단해 사업재편에 신호탄을 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업계에선 세 부문의 주력 사업에 맞춰 두산그룹이 국내외 대형 M&A에 나서는 등 확장에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이번 사업젹 결합으로 두산로보틱스의 글로벌 사업 확장이 한층 가속화 될것으로 기대된다"며 "두산로보틱스 신주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열사간 윈-윈 구조를 고안한 점도 시장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