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총선 전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명품백 사과 문자’를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당권 후보 간 “사과를 막았다”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는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문자 일부 유출에 이어 전문이 흘러나오더니 외부 인사까지 싸움에 뛰어들어 김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전당대회가 아사리판이 되고 있다. 당과 보수 재건, 쇄신, 거대 야당 폭주 대응 방안 등이 화두가 돼야 할 전당대회의 본질이 문자 논란으로 인해 뒷전이 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
문자가 어떤 경로로 유출됐든 김 여사가 논란의 진원지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한 후보의 문자 무시로 사과할 기회를 놓쳤다고 하지만, 이해하기 어렵다. “비대위 차원에서 결정 내려주시면 따르겠다”고 했으나 사과할 뜻이 있으면 직접 하면 될 일이지 한 후보의 의견을 구하고, 여당의 결정을 거칠 일이 뭐가 있나. “주변에서 극구 말려 사과를 못했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납득이 안 된다. 사과 불발의 책임을 당에 떠밀고, 자신은 피하겠다는 인상을 풍긴다. 공당 대표에게 대통령과의 만남을 권유하고, 특검 문제로 대통령과 한 후보가 빚은 갈등에 대신 사과한 것은 정치 관여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김 여사 측이 경선에 영향을 끼칠 목적으로 문자 공개 과정에 개입했다면 부당한 당무 간섭이 될 수 있다.
김 여사는 더는 정쟁의 빌미를 줘선 안 된다. 문자 파동이 여당 내 극단적 분열을 부를 뿐만 아니라 야당의 선동 먹잇감이 되는 판이다. 대통령실은 “전당대회 개입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이 문자 논란에 발목이 잡혀 계속 허우적댄다면 윤석열 정부와 여당 모두에 부메랑이 될 것이다. 김 여사는 더 이상 정치에 관여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사과할 건 해야 한다. 한 후보도 선거 패배 책임에서 비켜 갈 수 없는 만큼 공멸을 바라지 않는다면 논란을 키우지 말고 절제와 자중을 해야 하고,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