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반도체 첨단 패키징 분야에 최대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미국에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지원금 수혜 대상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리 로카시오 미국 상무부 표준기술 차관은 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미콘 웨스트 202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첨단 패키징 분야에 앞으로 최대 16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지급 대상은 장비, 전력공급, 광자공학 등 5개 주요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R&D)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로카시오 차관은 “국가 첨단 패키징 생산 프로그램(NAPMP)이 명시한 5대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을 선정해 프로젝트당 최소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를 보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 패키징에 대한 우리의 R&D 노력은 고성능 컴퓨팅 및 저전력 기기와 같은 수요가 많은 응용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조성된 반도체 칩 R&D 기금 110억달러(약 15조2200억원)의 일부를 해당 보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를 자르고 전기 배선 등을 연결해 기기에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작업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 패키징을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꾀하고 있다. 반도체의 회로 집적도를 높여 성능을 향상하는 기술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도 수혜를 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주 테일러에 신설하는 반도체 공장 투자 규모를 기존 170억달러에서 4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리고, 첨단 패키징 관련 R&D센터와 설비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해 40억달러(약 5조5300억원)를 투자해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패키징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패키징산업의 핵심 국가는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으로, 미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불과하다. 로카시오 차관은 “강력한 R&D 혁신을 통해 미국 내 패키징 부문이 세계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