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이 30년 만에 롯데케미칼 시가총액을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두 회사의 주력 상품 업황이 갈리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호석유 주가는 지난 4월 19일을 저점으로 이날까지 33.7%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1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로써 금호석유(4조2616억원)와 롯데케미칼(4조5342억원)의 시총 격차는 2726억원으로 줄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994년 5월 이후 약 30년 만에 양사 시총이 역전될 수 있다”고 했다.
두 회사 주가가 각사 주력 상품 업황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절반 이상을 업스트림 부문에서 올렸는데 중국의 에틸렌 물량 공세에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최근 2년 평균 t당 178달러를 기록했다. 한국 업체들의 에틸렌 스프레드 손익분기점은 t당 300달러다.
반대로 금호석유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다운스트림 부문에 의존하는데 이 회사 주력 제품인 타이어용 합성고무(SBR/BR) 가격이 전방산업인 타이어 업황 호조로 강세를 띠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금호석유 영업이익은 합성고무 시황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20% 증가한 95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재무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금호석유의 올 1분기 기준 순차입금 비율(순차입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비율)은 2.1%로 낮은 반면 롯데케미칼은 대규모 지출에 따라 이 비율이 올 1분기 31.4%를 기록했다.
이상기 기자 remind@hankyung.com